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기 Oct 18. 2024

가을 한 사발

- 시가 되는 가을

가을 한 사발


- 김용기



배부른 이유로

가을 한 사발 떠 마신 것을 들었다

피가 곧 서늘하게 움직였고

첫사랑이 살금살금 나오더니

시를 만들어 낸 후

시인의 어깨에 묻혔다

팔랑거려서

낙엽이 가벼운 줄 알았는데

천 근

밟은 걸음 떼어놓지 않았다

바라보던 홍시가 땅에 떨어졌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이루지 못했을 때

울음을 참아 낸 그리움처럼

마냥 느린 줄 알았는데

가을은 어느새

하얀 고랭지에 올라 가 있었다

서리 내린 가을 한 사발 남겨 두고.

작가의 이전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