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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던 날

- 마음에 폭설이 내리다

by 김용기


눈 오던 날


- 김용기



무거웠으므로

올라가지 않고 내려왔을 테지

쌀 한 가마니가 넘는 몸무게로

눈을 밟았을 때

쉴 새 없이 내리는 눈 위 어디에도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그 걸 알았고

가다가 멈췄다

돌아본 걸 후회했다


들어와서

별것 없는 찬장을 뒤져

막걸리 한 사발 단숨에 넘겼다

흔들거리는 눈(雪)보다

마음이 더 흔들렸다


발자국 하나

찍지 못하는 무게의 가벼움

쌀 한 가마니 자랑한

내 입은 얼마나 가벼운가

가벼운 내 선입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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