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66
- 김용기
강물은 맑기만 했을까
수 틀린 하늘이
흙탕물 섞인 여름을 내려 보냈고
한동안 맑다가
얼다가
동란(動亂) 피비린내도 흘렸고
한산한 날 밤에는
수양버들이 달과 놀다 가던
그런 한 해가 꼬불꼬불
소리 내지 않는 강이 거기 있었다
수많은 걸음이 강을 건넜고
일부러 오줌을 싸던 이는
물고기 호흡을 곤란하게 할
심산(心算)이었을까
모르는 것 없는 강이
높거나 유명하거나 구별 없었는데
요즘 기억 못 하겠다는 묵언
늙었다는 증좌(證左)다
하기사 그를 떠난 강물이
먼 베링해에도 살고
리스해변에서 만난 사람이 있다면
긴 세월 어디는 안 갔을까
세상이 두런거리며 찧고 까부르고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꿈쩍도 않고
거기 그대로
미련하다는 소리 듣는 강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