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내들의 슬픔
그들 중년의 오후
- 김용기
한가한 시간, 걸음이
시답잖은 생각을 옮겼다
싼 커피점에는
사내들의 노닥거림이
주인의 눈을 피해 돌아다녔고
건물 밖 쪼그려 앉아
아랫배까지 내려보냈던
담배 연기를 끌어올리덧 사내는
집 나온 개의 긴 하루처럼
덥수룩
눈 속에 묻힌 해도
목적 없는 사내의
공짜 점심이 불듯 식어 있었다
이별도 아니고
부고(訃告)를 받은 것도 아닌데
슬픔은 왜 이렇게 길까
이륙하는 제트기 소리가
멀어지기를 기다리는 공원 벤치
거기 덥석 앉은 차가운 후회는
순식간에 지나갔으며
녹은 눈을 벤치가 참았으니
어쩔 수 없이 앉아 있어야 했다
눈은 아침까지 왔고
아랫배까지 내려갔던 담배연기만큼
사내의 일자리는 초조하였다
공원 벤치의 긴 슬픔
시답잖은 오후 내내 멈추지 않았고
허기진 속보가 헐떡거렸지만
그들 하루는 왜 그렇게 느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