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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닮지 마라

- 달의 반복을 책망하다

by 김용기

달 닮지 마라


- 김용기



유심히 보니

누웠다가

비스듬히 엎어졌다가

밤에 달은

제 몸 비틀고 뒤집어도

눈 둘 곳 마땅치 않았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밤마다 벗고

안 봐도 될 곳 다녔는데

시무룩해졌다


달 게으름은

중병 앓듯 시름시름 지속,

부지런했는데

만월 이후 눈에 띄게 느려졌고

회복은 유혹에 밀렸다


달 닮지 마라

달처럼 밤에 나다니지 마라

전염병 옮듯

음란귀신 달라붙으면

거머리 같을 테고

종국에는 엔딩크레디트 없이

그믐밤 될 텐데

제 잘못 모르고

몇만 년을 지냈다니 신기하다


보름달 닮은 손자는

간절한 소망

며느리는 달 닮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직 말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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