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 김용기
세상살이란
제 몸보다 무겁게 매달렸던 근심을 털어내고
결국 처음으로 돌아갈 그때를
곁눈질하는 것
제 몸보다 갑절이 무거웠던 시간을 견뎠고
조바심을 거둬들였고
늘어진 채 때를 기다리던
이슬 묻은 거미줄처럼
걸리지 않고 빠져나가는 바람에게
미련 두지 않는 무던한 성격
흐느적거렸지만
슬금슬금 다가가 먹이를 옭아매는
결단 다부진 거미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누군가는
유격대 조교만큼 두렵고
거미줄처럼 질긴 나를
누구냐고 묻는 깊은 속내
거미를 경계하듯 조심스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