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혜성(慧星) 충돌

- 역사는 유한하다

by 김용기

혜성(慧星) 충돌


- 김용기



걱정하지 마라

지구를 들이받을 만큼

무모한 혜성 아니다

X-RAY에 이미 나타났지만

못 보는 것일 뿐

삼신할머니가 막을 수는 없다

감춰진 힘이 있다


우주가 출렁거렸다

새벽에 알았지만

어머니는 입을 다무셨고

그 발견을 신문은 쓰지 않았다

정안수에는 별과 초승달과

차가운 바람이 들어 있었는데

빗방울 하나

우주와 충돌했던 것


예외 없이

그날 수탉은 홰를 쳤고

호외는 휴대전화가 빨랐다

TV가 긴급으로 알렸지만

때 늦은 흔적은

이사 갈 때 먼지보다 독했다

어떤 이가 무덤을 팠고

어떤 이는 날마다 메꾸는 반복은

훗날 역사책에

당파싸움으로 폭군 된 광해처럼

혜성 충돌이 기록으로

남겨질지 궁금하다


우암(尤庵)도 죽었고

당파싸움 수괴들 아무도

호통치며 살아남은 이 없는데

훗날 TV에게

사약을 받았고 귀양 갔고

혹은 문묘배향(文廟配享)에 오른

역사의 숨 막히는 장면마다

턱 바치고 앉아

재미를 눈에 박는 사람들뿐인데

오늘이 곧 어제

두꺼운 역사책에 단 몇 줄 뿐이라면

다시 먼 훗날

말싸움이나 하는 재미없는 TV

홱홱 돌려버리는 후세를

누가 짐작이나 했을라고

푸틴의 허무를 이제 좀 알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