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는 유한하다
혜성(慧星) 충돌
- 김용기
걱정하지 마라
지구를 들이받을 만큼
무모한 혜성 아니다
X-RAY에 이미 나타났지만
못 보는 것일 뿐
삼신할머니가 막을 수는 없다
감춰진 힘이 있다
우주가 출렁거렸다
새벽에 알았지만
어머니는 입을 다무셨고
그 발견을 신문은 쓰지 않았다
정안수에는 별과 초승달과
차가운 바람이 들어 있었는데
빗방울 하나
우주와 충돌했던 것
예외 없이
그날 수탉은 홰를 쳤고
호외는 휴대전화가 빨랐다
TV가 긴급으로 알렸지만
때 늦은 흔적은
이사 갈 때 먼지보다 독했다
어떤 이가 무덤을 팠고
어떤 이는 날마다 메꾸는 반복은
훗날 역사책에
당파싸움으로 폭군 된 광해처럼
혜성 충돌이 기록으로
남겨질지 궁금하다
우암(尤庵)도 죽었고
당파싸움 수괴들 아무도
호통치며 살아남은 이 없는데
훗날 TV에게
사약을 받았고 귀양 갔고
혹은 문묘배향(文廟配享)에 오른
역사의 숨 막히는 장면마다
턱 바치고 앉아
재미를 눈에 박는 사람들뿐인데
오늘이 곧 어제
두꺼운 역사책에 단 몇 줄 뿐이라면
다시 먼 훗날
말싸움이나 하는 재미없는 TV
홱홱 돌려버리는 후세를
누가 짐작이나 했을라고
푸틴의 허무를 이제 좀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