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려놓기
신발 길 내기처럼
- 김용기
만지고, 치수 살피고
새로 산 신발
처음부터 잘 맞지 않았다
발의 텃세
아니나 다를까
달포는 절뚝거렸고
꽉 낀 신발도 찡그렸다
신세를 볶았다
발이 홀대받고 살다 보니
비싼 신발 품어 줄 마음 없었던 것
미련함의 지속
슬그머니 자격지심 참았더라면
끝났을 테고
홀가분했을 텐데
세상에 대고 삿대질했을 때
편했을까 못난 성질
텃세를 부려놓고
아버지 사진은 왜 올려다보나
이만큼 살았으면
신발처럼 길들여졌어야 할, 성질
관(棺) 속 들어가면 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