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멸의 증거
오해 자라다
- 김용기
가다가 멈칫
배달사고 나 버린 말(言)
중간에 끊어졌을 때
원인은
저쪽에서 듣고 싶지 않았거나
아이들 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거미줄에
말이 걸린 것
벗은 채로 떨면 어쩌나
정월 밤 바람은 찬데, 견뎌낼까
내 말 아니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내버려 두면
처마밑 떠느라고 부들부들
인정머리 없이
혼자 이불 속에 들어갔다면
게다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면
쓰러지지 않는 1이 합세한 분노
가만히 있을 리가
사멸되고
애증은 전화기에서 사멸되고
그 밤 서운함은 고드름처럼 자라서
속수무책으로 쑥쑥
정말 시답잖은 말을 사이에 두고
길어지는 정월
가까울수록
제곱에 비례하여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오해
장날 뻥이요 같은 두려움이
악몽에서 발 빼려는 가위눌림
부스럭부스럭 주말 아침
시곗바늘 소리가
사멸을 질질 끌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