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럴 때
사소한 이유
- 김용기
불쑥 시구(詩句) 하나 얻어 놓고
올라 간 입꼬리
천종산삼 만났을 때만큼 반가운
짜릿한 단어에 살까지,
웬 떡이냐 싶었는데
급하게 부엌에서 부르는 소리
긴 귀 대주고
눈길 돌리는 사이
아뿔싸
모래성 파도에 스러지듯
지워지고 말았다
도무지 허락하지 않는 재생
전두엽을 쥐어박아도 소용없었다
메모를 잊은
실수 책임은 허탈이었다
샅샅이 뒤져도 안 나오던 반지가
이사 갈 때
장롱 밑에서 만났을 때
그런 반가움 주려고 그럴까
외려 똥 마려운 개를 봤냐는 핀잔에
억울하여 울 뻔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한들
흐려진 지금
집 나간 자식 그리워할 때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죄 없는 TV가 볼륨만 잔뜩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