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국의 족보를 생각하다
욕심 많은 꽃이 예쁘다
- 김용기
멀건이 커도
꽃 몇 송이 피우고 마는
이름만 유명한 꽃이 있고
생물도감에서
이름값 못하는 처지
욕심 사나운 장미는
흐느적흐느적 풀린 다리
누가 묶었든 기둥에 기대, 기어코
꽃을 피우는데
고집 센 이유가 있었다
섬진강 매화가
관광버스 먹여 살리는 재주가 있고
매 해 사람구경을 한다
얼굴을 한 껏 꾸민 사람들은
꽃 옆에 선 이유가 있다
달랑 한 송이 가분수 수국이
아내의 탁자에 앉아 있다
소담스러움이 가당찮아도
아내가 입양했으니 내 새끼
고놈 커서 뭐 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