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위 알고리즘
핸드폰님
- 김용기
내 하루를 지배하는 것은
잠과 졸음이 30%
나머지 70%는 핸드폰이었을까
으스대던 믿음은 어느 정도인가
새벽예배 한 시간
기도와 묵상 조금
찬송도 크게 잡아 몇 냥
읽고 듣는 성경에 얼마간,
이 정도면 국가대표는 안 돼도
어디 가서 말 섞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림없는 소리
핸드폰 울렸을 때
군인처럼 신속하게 대답했고
바르르 떨면 잽싸게 손으로 잡는
하나님 위에
핸드폰님이 계신 걸 알고 놀랐다
안 보이는 하나님은
늘 '계시는 분이니까' 했는데
잠시라도 핸드폰님이 안 보이면
불안하고
초조하고
잃어버린 금반지 찾듯 법석
몸 어딘가에 있어야 안심했다
하나님보다 높은
내 하루 알고리즘의 최상위 포식자
지배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지배당하고 있었다
대낮에도 버젓이
벗고 있는 상업적인 여성들에게
말한 마디 못하는 주제에
애들을 나무토막쯤으로 여겨
모르는 척
못 본 척
조용하면 일 내는 아이들인데
그들 손 안, 지금이 그 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