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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사(虛事)

-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by 김용기

허사(虛事)


- 김용기



닮지 않겠다는 다짐

단호했는데

아버지 닮았다는 걸 알고 놀랐다

주태백이 아버지의 흔적

책임감 없음에 대해 분노가 자랐고

술 끊고 담배를 끊었지만

부자의 연이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DNA는 변하지 않았다


럭비공 닮은 역정逆情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답잖은 농弄과 욱에 대하여

불안은 안전핀 뽑힌 수류탄 같았다

가족들 얼굴이 일그러졌고

숨죽여 기도하며 살았지만

그것 참, 도루묵이라니


사춘기 굽은 터널을 나와

털고

극심한 아버지 거부감을 털고

또 털고,

괜찮은 줄 알았는데

기도가 신분 세탁을 하지 못했을 때

기도하며 다른 생각

응답받지 못한 이유가 됐을 것이다

아들의 걸음걸이가

나 닮은 것을 알고 화들짝 놀랐고

놀람은 반복되었다


허사

말년에 두 손 모으고 말씀 들으며

고분고분 내려놓으셨다

유골함에 십자가 새겨 넣을 욕심이

있으셨던 것

아버지 결단 허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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