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미꽃이 효자
애
- 김용기
올해도
무덤가에 할미꽃 늘었다
왜 하필 이 꽃인가 하여
꽃 지면 뽑아야지 하다가
객지생활만 길어졌다
한두 번 다녀가는 아들 걸음보다
외로운 어머니 곁
흔드는 할미꽃이 더 효자
흐리다가
살금살금 내린 늦봄 가랑비에
발목 젖었지만 감히
뽑지 못했다
어둡고 슬픈 할미꽃 이미지라니,
말벗 나무라지 말라는
어머니가 귓전에 와 계셨고
어린애 되었다
그때 어머니보다 훨씬 많은
그런 나이 됐지만
오월이면 어김없이 흘리는 눈물
나는 지금도 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