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알다
- 김용기
전쟁에 진 것이
무슨 구식 무기 때문이라거나
훈련 탓이라더니
군화 속에 든 모래알 하나 때문
지휘관 심기는 걸을 때마다 걸쭉거렸고
사소한 모래알 하나가
승패를 갈랐다면
허탈해야 마땅
사소한 문제들이 삶을 지나갔고
참담함을 견뎠는데
그렇다면 몇 번이나 뜻대로 됐을까
시간이 지나가야 아는 한계
아쉬움은 늘 가슴을 조였고
이제는 알아도 문제인데
작은 부딪힘도 두려운 나이
이유를 알자
허탈이 노을만큼 붉어졌다
그토록 사소한 문제가
우리 집 교전 중인 전쟁의 이유라니
추위가 엄습했다
배 고품에 분노가 상고대처럼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