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 김용기
뭘 몰래 훔치려는 것도
해치려는 것도 아녀서
두렵고 떨리는 걱정 한 적이 없는데
이젠 간첩 딱지가
눈앞 아른아른
뜬금없이 나타나면
남들이 뭐라고 할까 봐
그래서
머리카락 희어지면서
검지 손가락 간질거린 건 사실
자식 출가하고
부모님 부고장도 참았는데
핸드폰 속에 든 지인들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하루에도 헛기침만 몇 번씩
나이 든 조심성은
상한가 주식만큼 높아지고
먼 그리움만
어설픈 간첩처럼 망설였다.
즐겁게 지내려고 시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