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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다

by 김용기

조용하다


- 김용기



세렝게티가 조용하다면

배부른 사자가 졸고 있는 시간이다

바람이 정숙할 때

나무는 잠이 들었고

바람도 나뭇잎 뒤에서 자고 있었으므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바람이 꿈에서 가위눌렸을 때

불쑥 일어나

헤집고 다녔던 사건을 알고 있다


평온 아니다

절서(節序)는 달력에 있고

때를 기다렸는데

조용할 때

강은 녹조로 썩었고

아이는 엄마 몰래 사고를 쳤다

오리의 끊임없는 물갈퀴질을

대부분 눈치 채지 못했고

가만히 있어도 그냥 떠 있는 줄 알았을 때

살아남는 비결이 겉으로는

조용하다 였는데

시인의 시도 그런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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