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달빛에 물들고

by 김용기

달빛에 물들고

- 김용기



해 지면 어둠이

도둑놈 신발처럼 살금살금 다가섰고

동짓달 그믐밤은 눈(雪)도 검은색

무서운 옛날 얘기에 떨다가

잠든 밤

먼 뒷간 호롱불은 꺼지고

오줌이 마려워도 참았던

어리숙하던 그 어린 나이

허구한 날

이웃집 문 앞에 서면

키 쓴 머리 위로 뿌려지던 소금

천둥보다 두려움 컸고

젖은 속옷에 떨던 기억이 아렸다

“오줌 싸고 자라”

한 마디만 해 주셨더라도

그 수모 면할 수 있었을 일을


방문 열면 화장실

소금 받으러 갈 일 없는 요즘 손자의

깊은 잠에

검은색 싸락눈이 내리면

하얀색 달빛이 물들이는 겨울밤이

줄지어 지나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