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물들고
- 김용기
해 지면 어둠이
도둑놈 신발처럼 살금살금 다가섰고
동짓달 그믐밤은 눈(雪)도 검은색
무서운 옛날 얘기에 떨다가
잠든 밤
먼 뒷간 호롱불은 꺼지고
오줌이 마려워도 참았던
어리숙하던 그 어린 나이
허구한 날
이웃집 문 앞에 서면
키 쓴 머리 위로 뿌려지던 소금
천둥보다 두려움 컸고
젖은 속옷에 떨던 기억이 아렸다
“오줌 싸고 자라”
한 마디만 해 주셨더라도
그 수모 면할 수 있었을 일을
방문 열면 화장실
소금 받으러 갈 일 없는 요즘 손자의
깊은 잠에
검은색 싸락눈이 내리면
하얀색 달빛이 물들이는 겨울밤이
줄지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