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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끌고 와야 봄이다

by 김용기

할아버지가 끌고 와야 봄이다


- 김용기



가믐에 지쳤고

바람은 푸석푸석

바로 저 쪽에 봄이 보일 것 같은데

닿을 듯 말 듯

찬바람은 이미 눈치에 밀렸는데

재촉해도 서두르지 않음은 타고났다

어느덧 나른하다

움직임은 느려지고

잡으려 해도 다가서지 않는 고집

걸음마다 조마조마한 해빙기다


어기지 않고 매년 달력을 지키는

올해 봄도

할아버지 손에 끌려와야 할 텐데

미수에 정정하시더니

해 바뀐 뒤 기침소리에 힘이 빠졌다

외양간 소가 슬금슬금

곁눈질을 시작하는 우수가 지났고

물 밴 길을 나선 할아버지는 아직

두툼한 바지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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