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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려고

by 김용기

어쩌려고


- 김용기



세상의 아침은 저만치 멀리 있고

눈 감은 사이 가느다란 틈으로

골고다 언덕을 지나

안디옥을 구경하기도 하고

축지법으로

맑은 새벽기도 속 여권 없이 다니는 여행

웅얼웅얼하다가 우느라고

창피한 줄도 모르는 저들은

얼룩진 눈물자국이

해 뜨면 누군지 금방 드러날 텐데

겸연쩍게 웃으면 끝


강대상에서는 제대로 믿으라며

내려놓기를 강권하지만

뒤돌아서면 그것도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었고

내 중심에 계셔야 된다고

듣고 있어도 그러려니,


밖으로 밀어 내

추워 떨거나 말거나 모르는 척

아직 서늘한 새벽 사순절인데

따뜻한 중심에 그분 모셔다가 앉히는 걸

멈칫거리는 이유가 뭘까

죽어야 사는 법을 알면서도

죽지도 않고

죽이지도 않고 살려고 안달하는 광경

따뜻한 곳 눌러앉아

탓은 않고 남의 탓하는데

사랑의 실천, 입으로만 하려고 하는 저들은

바로 우리

부활절 다가오는데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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