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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은 UX가 아니라 세계관이다.

by dionysos

< 속도를 좇지 않는 제품들에는, 무너지지 않는 구조가 있다?...>


빠른 기술, 빠른 실행, 빠른 소비. 모든 것이 빨라지는 시대지만, 정작 사람들의 ‘지속적인 사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기능, 너무 많은 알림, 너무 많은 인터페이스는 우리를 피로하게 만들곤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느리게 작동하는 제품’들이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습니다.


속도보다 방향을 선택한 제품들, ‘느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제품들’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 사례들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이들의 전략은 단순한 UX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닙니다. 삶의 리듬, 디지털 웰빙, 주의력의 회복 같은 본질적인 질문에 응답하고 있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 빠름 대신 느림, 과잉 기능 대신 절제된 기능, 습관 유도 대신 자율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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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될 스타트업들은 말합니다. 기술은 더 많이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덜 하게 도와야 한다고 말이죠


이들은 단지 ‘느려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느림이라는 전략으로 오래 살아남은’ 제품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Readwise (미국)


핵심기능: 책이나 웹의 하이라이트를 저장하고, 이를 자동으로 복습하게 만드는 리텐션 툴


어떻게 느림을 설계했나: 한 번 읽고 끝나는 콘텐츠 소비 대신, 반복을 전제로 한 ‘기억의 리듬’을 설계함. 아침마다 이메일로 하이라이트를 보내주며 사용자의 기억을 천천히 되살리는 구조.


인사이트: 빠르게 넘기는 콘텐츠보다,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리듬이 ‘학습’과 ‘정체성’을 만들고 있습니다.



✅ Tana (노르웨이)



핵심기능: AI 기반 지식 그래프 노트. 회의, 아이디어, 작업흐름을 연결하여 문맥을 보존


어떻게 느림을 설계했나: 실시간 작성보다 연결성과 맥락 보존에 집중. 데이터를 축적해가며 네트워크로 엮어가는 구조


인사이트: 순간적인 속기보다, 맥락을 잃지 않는 느림이 장기적인 생산성과 집중력을 만들고 있습니다.



✅ Light Phone III (미국)



핵심기능: 문자, 통화, 알람, 내비 기능만 있는 초절제 스마트폰. 최근 OLED 도입


어떻게 느림을 설계했나: SNS, 브라우저, 앱스토어 없음. 사용자가 디지털 세계와 거리를 두도록 설계


인사이트: 디지털 ‘절제’는 UX가 아닌 구조적 선택에서 시작된다. 일부러 못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선택의 자유’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 Minimalist Phone (독일)



핵심기능: 스마트폰 홈 화면을 단순화하고, 앱 접근성을 제한하는 안드로이드 런처


어떻게 느림을 설계했나: 홈 화면에 아이콘이 없고, 검색이나 타이핑을 해야 접근 가능하게 설계됨. 즉각적인 실행을 어렵게 만들어 사용을 의식하게 만듦


인사이트: ‘불편함’을 설계함으로써 오히려 의도를 회복시킨다. 의도 없는 사용을 줄이고, 목적 있는 행동을 돕는 UX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 MyMind (독일)



핵심기능: 북마크, 이미지, 메모를 저장하고 AI로 자동 분류하는 개인 지식 정리 툴


어떻게 느림을 설계했나: 정리나 폴더 설정이 필요 없음. 오히려 ‘저장만 하고 잊어도’ 나중에 찾을 수 있는 구조


인사이트: 즉각적 소비보다 ‘언젠가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안정감이 오랫동안의 사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Methaphone (프랑스)



핵심기능: 투명한 스마트폰 모양의 디바이스. 어떤 기능도 없음. 디지털 해독을 위한 상징적 도구


어떻게 느림을 설계했나: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찾을 때 손에 쥘 수 있는 형태를 주면서, 실제 사용은 막음. 디지털 중독을 ‘행동적 대체’로 치환함


인사이트: 기술이 아닌 심리적 리듬에 개입함으로써, 사용자의 습관을 바꾸는 UX가 가능하게 설계 되었습니다.



✅ BoringPhone (뉴질랜드)



핵심기능: 통화, 문자, 사진, 음악만 가능한 피처폰 형태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기반


어떻게 느림을 설계했나: 유튜브, SNS, 웹브라우저 기능 삭제. 가족 단위 사용자 타깃. 스마트폰의 기능을 최소화해 통신 본연에 집중


인사이트: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무엇을 못하게 하느냐’가 경험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Yondr (미국)



핵심기능: 공연장, 학교, 회의실 등에서 스마트폰을 잠금 파우치에 넣고 사용을 차단하는 솔루션


어떻게 느림을 설계했나: 디지털 사용을 억제함으로써 물리적인 공간의 집중도와 몰입감을 회복시킴


인사이트: 디지털을 줄이는 것이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환경 설계’의 성공일 수 있습니다.



✓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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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스타트업들은 기능을 많이 담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할 수 없는 것’을 먼저 설계했습니다. 빠르게 반응하고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아닌, 맥락을 갖고 쓰게 만들고, 반복을 전제로 설계한 것 입니다.


느림은 단지 속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어떤 세계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선택이라고 봐야 할 것 입니다. 사용자의 집중을 높이고, 피로를 줄이며,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UX는 ‘덜 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는 어떤 리듬을 갖고 있을까요? 빠르게 쓰고 버려지는 UX인가, 아니면 천천히 스며드는 관계인가? 기억해야 합니다... 느리게 시작한 제품들이 오히려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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