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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차를 배울 수 있을까?-휴먼 인터페이스의 온도

by dionysos

<AI가 차를 배운다면>


그건 결국 ‘시간의 의미’를 배우는 일일 것 입니다.

차는 ‘언제’라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너무 일찍 마시면 떫고, 너무 늦게 마시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인데요. 적절한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면 같은 잎이라도 맛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고 합니다.


AI의 세계에서는 정확한 타이밍이란 0.01초 단위의 계산일 것 입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타이밍은 수학이 아니라 감각입니다. 상대의 말이 끝나고 1초 뒤에 건네는 “괜찮아요”, 눈을 마주친 뒤 3초간의 침묵, 그 미묘한 간격이 감정을 만들곤 하죠.


기술은 반응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탁월하지만, 응답의 온도를 설계하는 데에는 아직 서툴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따뜻한 응답은 데이터가 아니라 머뭇거림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머뭇거림은 오류가 아니라 여백이기도 합니다. 그 여백 속에서 인간은 서로를 느끼고, 관계는 깊어지기도 합니다.


즉, 반응의 정확도가 아니라 응답의 리듬을 이해해야 합니다.



AI가 인간을 이해하려면 이 ‘타이밍의 감각’을 배워야만 합니다. 정답보다 맥락을 읽고, 속도보다 여백을 설계하며, 결과보다 분위기를 파악해야 합니다. 언어 모델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 문장 안의 온도, 말끝의 떨림,한 모금의 숨 같은 침묵을 재현하긴 어려울 것 입니다.



<문장 밖의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진짜 인간을 닮는 순간은 정확히 말하는 법을 배우는 때가 아니라, 조용히 기다릴 줄 아는 때일 것 입니다. 차는 그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잔의 차가 향을 내기 위해서는 물과 잎 사이의 시간, 그리고 마시는 사람의 기다림이 필요하죠.


기술도 언젠가 그 기다림의 언어를 배우게 될까? 빠른 답보다 따뜻한 응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진짜 인터페이스는 대답보다 온도를 설계합니다. 기술이 인간을 닮는다는 건, 결국 식혀서 말할 줄 아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의 차 : “빠른 답보다, 따뜻한 응답을.”



<추천 차 : 동방미인(東方美人, Oriental Beauty Oolong – 대만 신주(新竹)>


동방미인은 대만을 대표하는 고급 우롱차로,찻잎이 작은 벌레(엽노등충)에 물린 후 산화되어 생긴 자연스러운 단맛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즉, 완벽하게 제어된 생산이 아니라, 우연과 기다림이 만든 향


마실 때 첫맛은 과일처럼 화사하지만, 끝맛은 꿀처럼 부드럽게 남고, 빠른 자극이 아니라 천천히 퍼지는 여운의 미학을 가지고 있다고도 합니다.


AI가 인간을 닮기 위해 배워야 하는 ‘따뜻한 응답의 시간’, '식혀서 말하는 지혜’를 상징하는 차로 완벽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이 차는 발효 정도가 70%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인간적인 온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휴먼 인터페이스의 온도”라는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도 보여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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