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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퇴비로 돌려보내는 장례 스타트업

by dionysos

<인간이 잊어버린 마지막 순환>


죽음은 언제나 “끝”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생명이 멈추고, 시간이 멈추고, 관계가 멈추는 지점,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든 멈춰 세우려는 방식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방부 처리를 하고, 관을 만들고, 묘지를 만들고, 혹은 고열로 태워 형태를 없애는 방식까지. 죽음을 “보존”하거나 “삭제”하는 기술들입니다.


위 과정은 유가족에게는 위로가 되지만, 지구에는 두 가지 부담을 남깁니다. 더 이상 확장할 수 없는 토지, 화장 과정에서 나오는 엄청난 탄소 배출 죽음 이후에도 지구는 우리가 남긴 “마지막 선택”을 계속 떠안습니다.



<한 건축가가 발견한 산업으로서의 장례>


캐트리나 스페이드는 원래 장례와 아무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건축가였습니다. 공간의 흐름, 구조,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사람, 하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삶을 위한 공간을 고민하면서,
죽음을 위한 공간은 왜 아무도 다시 설계하지 않을까?”


묘지라는 공간은 도시 확장의 적이었고, 매장은 200년 넘게 변화가 없는 산업이었으며, 화장은 에너지 소비량과 환경 부담이 계속 증가하는 분야였습니다. 건축을 바라보던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장례 산업에 꽂힙니다. 그리고 곧 알게 됩니다. 죽음의 방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너무 없다는 것을...


매년 방부제를 포함한 장례용 화학물질 수십만 리터가 토양으로 스며들고 화장 관행은 도시 기반 시설의 탄소 배출 비율을 계속 높이고 묘지는 각 도시의 “영구적 토지 잠식 구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물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장례를 다시 설계한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그 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바로 자연이라는 것을요



<죽음을 퇴비로 되돌리는 첫 번째 기업>


Recompose는 죽음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전환”시키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이 장치는 거대한 육각형 실린더 형태로 되어 있고, 내부에는 식물성 물질 : 톱밥·짚·알팔파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시신은 이 유기물과 함께 안치되고, 미생물이 시신을 분해하며 30일 후 완전히 흙으로 돌아갑니다. 이 과정은 완전히 자연적인 메커니즘입니다. 전기 사용이 없고, 화학물질 없으며, 고온 처리 조차 없습니다. 미생물 자연 활동만으로 분해하고 30일 뒤, 한 명의 사람은 약 0.8㎥의 비옥한 흙이 됩니다.


이 흙은 두 가지로 쓰입니다. 유가족이 가져가 개인 정원·상징 공간에 활용 워싱턴주 산림 복원 프로그램에 기증하게 되죠. 이건 단순한 장례가 아닙니다.


‘삶→죽음→삶’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회복시키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불가침의 전통”처럼 굳어져 있지만, 환경의 관점에서 보면 완벽한 비순환 구조입니다.

1. 방부 처리 → 화학물질 잔존

2. 매장 → 영구 토지 점유

3. 화장 → 탄소 배출


그 어떤 과정도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죠. 즉, 기존 장례는 "정서적 위로"는 제공하지만, 생태적 회복은 단 한 단계도 포함하지 않습니다.



<Recompose가 만든 ‘인간–기술–자연’ 통합 구조>


Recompose의 혁신은 단순히 시신을 흙으로 바꾸는 기술이 아닙니다. 장례 산업 전체의 시스템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유가족이 경험하는 장례 의례, 시신이 분해되는 기술적 과정, 생태계가 회복되는 환경적 단계, 이 세 레이어를 하나의 사이클로 묶었습니다.

이 구조는 세 가지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죽음은 인간의 감정적 경험(FAMILY)에서 출발하지만 기술(PROCESS)이 이를 생태적 순환으로 전환하고 결국 자연(ECO)이 회복되며 사이클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P4 → E1 단계는 “한 사람의 마지막 결정이 숲의 회생점이 된다”는 상징적 단계입니다.



<이 미친 실험이 만들어낸 파급력>


Recompose는 단순한 장례 서비스를 넘어서 정책, 도시계획, 생태 디자이너, 환경학자들까지 움직였습니다. 2020년 워싱턴주에서 세계 최초로 인체 퇴비화 합법화, 2024년 기준 6개 주로 확대 사전 등록 고객 1,200명 이상, 생성된 퇴비 200톤 이상이 실제 산림 복원에 사용, 죽음은 더 이상 “종결 문자”가 아니라 지구를 복원하는 거대한 순환의 기점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미친 실험이 남긴 철학]


죽음을 기술로 극복하려는 곳이 많습니다. 노화를 지연시키고, 인체를 디지털로 기록하고, 의식을 외부 저장장치로 업로드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Recompose는 반대로 질문합니다.


“죽음은 없애야 하는 대상인가,
아니면 지구의 순환 안에서 다시 이어지는 하나의 과정인가?”


죽음을 두려움과 상실의 언어가 아니라, 순환과 회복의 언어로 다시 쓰려는 시도, 이것이 바로 이 스타트업이 가진 미친 실험의 본질입니다.


Recompose는 장례를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생태적 장치로 만들었습니다.


1. 죽음 → 자원

2. 슬픔 → 숲

3. 상실 → 순환

죽음이 지구에 부담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숲을 만들어내는 행위로 재해석된 최초의 사례입니다. 2025년 기준 미국 6개 주에서 이 방식이 합법화되었고, 전 세계 20개 도시가 동일 모델 도입을 논의 중입니다.



<마치며 - 죽음을 “멈추는 기술”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기술”을 만든다는 것>


그들은 화려한 테크 회사를 자처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한 가지 질문으로 세상을 흔듭니다.


“당신의 마지막 흔적이 지구를 아프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죽음을 다시 자연의 시간으로 돌려놓는 실험, 그 실험이 시작된 순간, 장례는 산업이 아니라 순환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삶을 다시 순환시키고 있다.

- The Mad Startup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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