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못 갈텐데
첫째 출산을 준비하면서 출산 병원도 많이 알아봤지만, 산후 조리원 후기를 열심히 찾아봤다. 떠다니는 광고의 호수 속에서 진실된 후기를 찾는 건 힘들었다. 내가 편히 쉬는 것만큼이나, 아기를 잘 케어하느냐가 중요하니까.
예전 같으면 '어머나, 저런 나쁜 사람이?!' 정도에 생각을 스쳐 지나갔을 뉴스지만 요즘 산후조리원에서의 사건사고가 들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에게 바이러스 집단감염이 일어나거나, 신생아를 떨어뜨려 머리가 다치거나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심지어 내 아기가 아닌 다른 아이를 수유하는 일이
예전에만 일어났던 일이 아니라는 게, 정말 기가 차다.
유명한 산후조리원이나 새로 생긴 산후조리원은 케어 프로그램이 특별하거나, 시설이 깨끗해서 좋을 것 같지만, 기본 가격을 보면 헉? 하게 된다. 여기에 마사지 비용까지 추가하면 어마어마하다. 아무리 한번 간다지만 웬만한 호텔 숙박비를 상회한다. 가격만큼 산후조리원의 서비스가 뒷받침되느냐고 하면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진다.
「2024년 2월, 산후조리 통계(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산모 10명 중 8명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만 산후조리원 수는 2021년 하반기 519곳에서 2024년 하반기 460곳으로 줄었고, 일반실 평균 이용요금은 100만 원이 오른 355만 원이었다. 」
그래도 산후조리원을 갔던 이유는 아기가 처음이라 무섭기 때문이다. 아기를 잘못 돌봐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 깊은 막막함은 책이나 유튜브로 준비를 해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때는 이건 정말 실패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들 '지금 아니면 못 쉬어~', '나중에 고생해~'라는 말에 등록했다. 산후조리원비를 제공해 주신 시어머님께 감사드린다. 아드님께 더 잘할게요.
산후조리원은 안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니다. 아기 케어 빼고는 산모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맛있는 밥도 나오고, 아기 수유나 목욕하는 법도 알려주고, 나를 회복하는 시간을 온전히 가질 수 있다. 이때까지 고생한 나를 위해 이 정도의 여유는 투자할 수 있다. 다만, 모유수유하면 3시간마다 일어나야 하고, 모자동실이면 우는 아기 달래고 밥 주다 보면 쉴 시간도 없다. 아니면 젖소처럼 유축기로 유축하고 시간 적고 갖다주고 하다 보면 1시간이 지나있고, 잠깐 눈 붙이면 또 일어나야 한다. 힘들어서 유축을 건너뛴다? 모유 양도 줄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젖몸살이 찾아온다. 앞으로 있을 긴긴 육아와의 사투 속에 편히 쉴 시간은 이때뿐이다. 조금이라도 나를 위해 회복 시간으로 쓸 건지, 아기 케어 예비 연습으로 시간을 쓸 건지는 본인의 자유다.
조리원에서 모빌 만들기, 요가, 아기 교육 등등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참여하다 보면 마음에 맞는 동기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거의 방에만 있었다. 왜냐면 아기는 병원에 두고 나만 조리원에 왔기 때문이다. 아기의 맥박이 계속 느린 상태라 중환자실에서 상태를 계속 체크해야 했다. 조리원에 와서도 아기를 생각하면 계속 눈물이 났다. 제왕절개와 젖몸살의 고통을 떠나서라도 조리원이 편하지 않았다. 나중에 아기가 퇴원해서 같이 있어도 매시간 옆에 있을 수 없다는 게 여전히 힘들었다. 그래서 조리원 중간 퇴소를 했다.
중간 퇴소를 하겠다고 상담을 하는데, 이런저런 수수료를 때면 얼마 안 남아서 그냥 계시는 게 좋다고 하지만 별로 귀에 안 들어왔다. 집에 가야 슬픔과 무기력함이 없어질 것 같았다. 실제로 집에 가니 아기 돌보느라 슬프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정신이 없었다.
여하튼 먼저 조리원 신청해서 가보고 그 후에 퇴소해도 늦지 않다. 매끼 나오는 간식까지 야무지게 먹으면서 조리원에서 회복하고 나오거나, 아니면 그 돈으로 집에 가서 출장 마사지를 받거나 산후도우미를 신청하는 등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최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