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계속해야 하나?

지금까지 해왔는데

by 람율

사실 모유수유는 엄마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아기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만큼 젖병으로 분유를 먹는 게 길어지게 됐다. 그동안 힘을 별로 안 줘도 우유를 잘 먹을 수 있었는데, 갑자기 다른 게? 갖은 힘을 줘야 모유가 나올 말똥 하니 심통이 날 수밖에. 아기가 젖을 먹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하는데, 나와 아기의 수유시간은 평화고 자시고 아기가 하도 울어서 머리통이 울렸다.


할 수 없이 한 발짝 물러나 젖소처럼 유축해서 주기로 했다. 인간의 존엄은 둘째치고 조리원에서 3시간마다 유축하라고 했는데 며칠 해보니 죽을 맛이었다. 1시간 정도 늦게 해도 괜찮겠지...? 하며 4시간마다 했더니 유축량이 점점 줄었다. 유축기의 압력과 속도를 높여도 아프기만 하고 나오는 건 없었다. 나중에 가슴이 팅팅 붓고 열감이 느껴지면서 몸살이 왔다. 말로만 듣던 젖몸살이었는데 진짜 끔찍했다. 젖을 비워내야 풀린다고 하는데, 손만 닿여도 아픈데 여기서 마사지라니... 가슴을 부여잡고 짜는데 덩달아 눈물도 찔끔찔끔 나오고, 손아귀 힘 부쳤다. 괜히 남편이겠나, 나 좀 도와달라고 했다. 부끄러움이고 뭐고 아파 죽을 것 같은데 도와줄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목욕하면서도 부어올라 아플까 봐 손으로 또 짰다. 왜 이리 고달플까.


조리원 퇴소하고 드디어 집에 왔다. 몇 주 만에 오는 집이 너무도 반가웠다. 창가를 지나쳐 들어오는 햇빛의 포근함을 느낄 새도 없이, 아기가 울어대는 통에 분유를 줘야 했다. 흔히 맘마존이라고 부르는데, 분유 제조기, 젖병 소독기 등등 아기 분유 줄 때 필요한 물품을 모아둔 곳이다. 나는 그런 것들이 좀 거추장스러우면서도 주방에 밥솥과 에어프라이어, 커피머신으로도 만으로도 답답하기 때문에 둘 자리도 없었다. 분유 제조기를 써도 어차피 세척해야 하고, 소독은 열탕소독이 직빵이라 생각해서 시간이 지나도 집에 들이진 않았다.


아직 시야도 잘 보이지 않는 시기지만, 아기가 먹는 양은 늘어나고 유축량은 여전히 작아서 수유도 하고 분유도 주는 혼합수유를 시작했다. 최악인 게, 유축은 유축하는 대로 시간 쓰고, 유축 용품 세척하고, 아기 밥 때되면 적당한 온도로 데워야 하고, 부족한 건 분유를 또 타서 줘야 한다. 그 와중에 유축량 늘리려고 밥을 잘 먹어야 한다고 해서 많이 먹었다가 속만 더 안 좋아졌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혼합수유 지옥에 살고 있는데 소화가 잘 될 리가 없다. 심지어 수유 중이라 아무 약이나 먹을 수 없어서 소화제도 못 먹었다.


예전에는 다들 어떻게 모유수유를 한 걸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시대를 살아가는 나약해진 내 몸뚱아리가 문제인지, 그깟 잠을 이기지 못한 정신머리가 문제인 걸까. 그래도 백일까지는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다. 모유수유 관리사도 있다고 하던데 마침 출장 마사지로 오시는 분이 가슴 관리도 해주신다고 하셨다. 모유수유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역시나 시간 맞춰 수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2~3시간마다 일어나서 수유하는 게 나에겐 너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고, 과연 내가 아기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지 생각하면 우울해졌다.


그래서 50일까지만 해보고 그만하기로 했다. 이 시기만 참고 견디면 아기 수유텀이 길어져서 괜찮다고 하지만, 그땐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고, 하루를 꾸역꾸역 보내는 게 싫었다. 힘들게 아기를 만나게 됐는데, 마음껏 사랑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니. 단유 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유축기 세척만 안 해도 삶이 한결 편해졌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는 건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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