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말하고 싶은데
25 mIU/ml 이상이면 임신이 확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두 살 더 먹으면 노산이라 밀린 방학 일기 쓰는 거 마냥 열심히 임신을 시도했다. 옛날 사람 소리 들을까 봐 방학 일기를 요즘도 쓰는지 찾아봤지만 아직 있었다. 개학이 며칠 안 남은 학생처럼, 몰아서 숙제를 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해서 아기를 가져야 하나 현타가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임신 시도 초반에는 몇 번 하면 임신이 되는 줄 알고 약국에서 임테기를 조금 샀다가, 나중에는 인터넷으로 여러 박스를 샀다. 남으면 나눠주려고 했는데 부족해서 또 샀다. 3명 중 1명이 불임이라는데 그게 나였구나 하는 슬픈 확신이 생길 무렵, 뭔가 느낌이 오길래 해봤더니 드디어 두 줄이었다!
이전에 두 줄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작은 눈 힘껏 떠 보면 없는 줄도 보이는 것 같고, 아주 희미한 줄이라도 보고 싶어 소싯적 매직아이하는 것처럼 뚫어져라 보기도 했다. 다행히 이건 그냥 봐도 빼도 박도 못할 두 줄이었다. 당장 자는 남편을 깨워 알렸다. 비몽사몽이지만 서로 공동 임무 완수를 축하했다. 임신 소식을 알리는 카드, 토퍼, 상자 등으로 남편한테 깜짝 파티를 해주던데, 그 순간까지 기다리기엔 성격이 급했다.
친가와 외가 모두 첫째인 나와 남편은 임신 소식을 가족들에게 언제 알릴지 고민이었다. 양가에 첫 손주인만큼 엄청 기다리셨을 텐데, 일단 정말 진짜 인지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너무 일찍 간 걸까? 초음파 결과 아기집이 보이지 않았고, 피검사 결과도 애매해서 다음 주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보통 마지막 생리일 이후 5주 후에 산부인과를 가라고 하는데 마음이 급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속으로는 당장이라도 산부인과 가고 싶어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느라 일주일을 겨우겨우 보냈다. 다행히 동그란 아기집을 볼 수 있었고, 친정엄마한테만 그 일을 말했다. 사실 엄마 친구들이 카톡방에 아기 사진을 자랑해도 엄마는 시큰둥해서 손주한테는 어떻게 하려나 궁금했는데, 그냥 건강하게 잘 나오길 바란다고 하셨다.
「혈액검사를 통해 hCG(인간 융모성 성선 자극 호르몬) 수치가 25 mIU/ml 이상이면 임신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음파를 통해 아기집까지 확인이 되면 임신확인서를 병원에서 발급해줍니다. 보건소에 임산부 등록을 하면 건강검진 및 엽산제, 철분제 지원, 임산부 뱃지 발급, 자동차 스티커, KTX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
시댁에는 괜히 알렸다 실망하실까 봐 7주에 심장소리를 듣고 알려드렸다. 전화통화였지만 어머님께서 기뻐하시는 목소리가 생생히 느껴졌다. 가족들 모두 작은 아기집 안의 더 작디작은 동그란 난황을 보고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궁금해했다.
산부인과 가는 날이 기대도 되지만 아기에게 별다른 이상은 없는지, 잘 자라고 있는지 매번 걱정도 앞섰다. 보통은 임신 초기인 12주 이후로 목투명대와 기형아 검사가 끝나고 임신 사실을 알린다고 한다. 임신 초기 자연유산이 전체 임신의 약 15~30%라니, 아기를 만나기란 참 쉽지 않다.
임신 초기에 속이 너무 울렁거려 입덧약을 처방받았다. 그 당시에는 입덧약이 보험처리가 안 됐고, 안 먹고 버티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럴 수준이 아니었다. 몸이 점점 힘들어져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렸다. 소중하게 생긴 아기를 잘 보호하려면 주변의 도움도 필요했다.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그 어떤 것보다 아기와 본인의 건강이 가장 중요한 1순위가 되길 바란다. 선물처럼 찾아온 아기가 건강하게 잘 태어나길 바라며, 영양제를 잊지 않고 잘 챙겨 먹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