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자동차의 아키오 토요다 이사회 의장이 2일 일본 모빌리티쇼 2025에서 최고급 세단 ‘센츄리’를 독립 브랜드로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약 60년 동안 토요타의 플래그십 모델로 자리해온 센츄리를 단순한 자동차가 아닌 ‘일본 정신의 상징’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은 결정이다.
토요다 의장은 이날 센츄리 프레스 브리핑에서 “센츄리는 일본을 어깨에 짊어지고 태어난 차”라며 “세계 평화를 염원하고 다음 100년을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 30분 동안 센츄리의 탄생 배경과 역사적 의미를 직접 소개하며 브랜드 독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센츄리의 시작은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토요타 초대 수석 엔지니어였던 나카무라 케냐가 개발을 주도했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불과 18년, 자동차 산업 기반이 막 성장하던 시기에 ‘전통도 역사도 없는 토요타가 세계 최고급차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나카무라는 “전통은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럭셔리카의 한계는 혁신을 두려워하는 데 있다”고 말하며 일본 전통문화와 첨단 기술을 결합하는 새로운 접근을 택했다.
차량 전면의 봉황 엠블럼에는 에도시대 금속 조각 기법을, 시트에는 교토의 명품 직물 니시진오리를 적용했다. 그의 철학은 ‘유일무이(To be like no other)’였다.
1967년 첫선을 보인 센츄리는 이후 일본 황실과 총리가 즐겨 타는 국가 대표 차량으로 자리 잡았다. 토요타 창업자의 아들 쇼이치로 토요다는 평생 센츄리만을 고집하며 매일 뒷좌석에서 주행 안정성, 승차감 등 세부적인 개선을 직접 지시했다. 그의 조언은 2세대와 3세대 모델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토요다 의장은 이러한 장인정신의 뿌리를 토요타 창업자 기이치로 토요다의 철학에서 찾았다. 기이치로는 1945년 전쟁이 끝난 직후 자동차협회를 세우며 “일본의 평화로운 재건과 세계 문화에 기여하는 자동차 산업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토요다 의장은 “당시 일본에 필요한 것은 자긍심이었다”며 “센츄리는 일본인의 전통과 기술력을 세계 무대에서 증명하기 위한 결과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일본의 상황이 센츄리 탄생 시기와 닮았다고 지적했다. “‘재팬 애즈 넘버원’의 시대는 지나갔고 일본은 활력과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이어 전후 복구 시절 나카무라가 언론의 ‘제로에서 시작한다’는 말에 반박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시설은 파괴됐고 자재와 돈은 없었지만 일본에는 기술과 정신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토요다 의장은 지금의 일본도 여전히 세계적인 기술력과 문화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기반, 모노즈쿠리(장인정신) 기술,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과 자연, 환대의 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애니메이션과 음악, 스포츠로 일본의 매력을 알리는 젊은 세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로 지금이 센츄리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센츄리라는 이름에는 메이지 시대 100주년과 토요타그룹 창업자 사키치 토요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토요다 의장은 “내게 센츄리는 다음 100년을 열어가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차량의 봉황 엠블럼은 세계가 평화로울 때만 나타난다는 일본 신화 속 상서로운 새를 형상화했다.
그는 “쇼이치로가 세상을 떠난 뒤 이 사명을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토요타에는 여전히 나카무라의 정신을 이어받은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센츄리를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일본의 자존심을 세계에 전하는 상징으로 만들겠다”며 “‘원 오브 원(One of One)’, 즉 ‘유일무이’의 철학으로 다음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이번 센츄리의 브랜드 독립을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 회복’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와 테슬라의 공세 속에서 일본은 다시금 장인정신과 전통이라는 본질로 돌아가 반격의 서막을 열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