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어보신 적이 있으신가? 작가가 인도 여행을 하면서 쓴 수필집이다. '인도의 시외버스 지붕 위에서 닭이 꼬꼬댁 울고 염소는 뛰어다녔다․․․".
해외여행을 좋아했던 터라 이 책을 읽고 인도에 마음이 꽂혔다. 그때 우리 큰딸 나이가 10살이고, 작은딸이 5살인가 했다. 애들도 돌봐야 하고 집사람 눈치도 봤어야 했는데. 그런데 그렇게 꽂히면 가야만 했다. 철이 없었다. 집사람이 늙어서 나를 구박을 해도 별로 할 말이 없는 이유다.
인도의 기차역 광장에선 바람만 한번 불면 쓰레기가 이리저리 뒹굴었었다. 길거리와 시장통에는 소, 개, 닭, 거위, 원숭이, 고양이들이 마구 돌아다녔다. 인도는 확실히, 깨끗한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인도에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인도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바로 인도 사람들이 주는 인간적인 매력 때문이다. 시장을 구경할 때면, 사람들이 모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동양 이방인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드러낸다. 먼저 말도 걸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반갑게 웃는다. 인도 어느 곳에 가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사람들이 사는 일상도 삶의 역동감이 넘친다. 빽빽하게 들어선 백미러 없는 자동차들이 내는 경적, 오토바이 소리,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 하나라도 더 팔겠다고 호객하는 소리. 모든 것들이 뒤엉켜 삶의 음악을 쏟아낸다. 하루하루 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 난 영어를 잘 못하지만, 이리저리 보디랭귀지를 하면 의사소통이 가능하기에 인도의 구석구석을 보고 다녔다.
열흘 남짓의 일정 속에, 바라나시에 하루 묵는 일정도 있었다. 델리에서 출발해서 늦은 저녁 바라나시에 들어섰다. '어디서 삼겹살을 굽나?' 바라나시의 초입은 온통 삼겹살 냄새였다. 인도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잘 안 먹는 거로 알고 있는데?
바라나시는 갠지스강 강가에 위치한 도시다. 갠지스강 강가를 따라 화장터가 죽 늘어서 있었다. 기계식 화장터가 아니라 장작으로 단을 쌓고 그 위에 사람을 올려놓고 태우는 방식인데, 알고 보니 그 삼겹살 냄새는 사람을 화장할 때 나는 사람 타는 냄새였다. 문화적 충격에 띵하고 어지럼증이 왔다.
숙소로 가기 위해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골목길 여기저기에 하얀 천으로 덮은 흰 항아리 단지 같은 것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가만히 보니 그건 사람이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노파나 병든 사람들이 하얀 천을 뒤집어쓴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거라 하였다. 이 사람들이 죽으면, 화장터로 옮겨 화장한다고 하였다.
바라나시는 힌두교의 성지이다. 인도 사람이면 누구나 바라나시의 갠지스강 강가에 와서 목욕하고, 화장하면 죄가 씻기고 내세에 행복하게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화장해서 갠지스강 강가에 재로 뿌려져 죄 씻음을 받는 것이 이 사람들의 평생소원이다.
나는 새벽부터 오전 내내 화장터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녔다. 화장터에선 장작으로 우물 정(井)자의 탑을 쌓아 그 위에 시체를 놓고 태운다. 부자로 죽은 사람은 장작이 많아 죽은 몸을 다 태우지만, 가난한 사람은 장작이 모자라 머리나 다리는 장작 밖으로 삐져나올 수밖엔 없다.
그러면 화장장이들이 긴 대나무 작대기로 장작 밖으로 나온 목이나 다리를 툭툭 쳐서 장작 안으로 밀어 넣는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목과 다리가 꺾이면서 장작의 타는 불길 속으로 쑥 들어간다. 잘못해서 머리에라도 맞으면 깨진 두개골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왔다.
이렇게 화장한 후에는 남는 재뿐만 아니라, 완전히 타지 않은 시신들 일부도 강에 뿌리고 버린다. 가끔 타지 않은 시신 일부가 강물에 떠오른다고도 했다. 화장터에서는 개들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었는데, 가끔 뼈다귀도 하나씩 물고 있었다. 그 뼈는 아마도 다 타지 못하고 남은 가난했던 사람의 뼈이리라.
오전 내내 화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삶은 무엇인가?'라며 고민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역시 개똥철학이었지만, 화장터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의 삶 속에 녹아는 들어갔으리라.
그렇지만,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아직도 멀고도 요원하다. 사실 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삶이 만들어 내는 파노라마는 모두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답만 찾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잘 보살피고 쓰다듬으며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바라나시에 가본 지 벌써 10년도 더 지났다. 많이 변해 있겠지만 갠지스강 강가의 장작 화장터는 아직도 그대로인지 궁금하다. 언제고 꼭 다시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