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줄과 오락실

by 박대우

예전엔 지금의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했었다. 일제의 잔재가 있다고 하여 초등학교로 이름이 변경된 지 꽤 되었다.


아마 국민학교 6학년 때의 일인가 싶다. 그때도 오락은 어린아이들과 중고등학생에게 인기였었다. 지금처럼 컴퓨터로 오락하는 것이 아니라 전용 게임기에 10원짜리 동전을 넣고 오락했었다.

그때 유행했던 게임이 그 유명한 '갤러그'이다. 처음에는 오락기의 모니터가 다 흑백이었다. 그러다 천천히 컬러 모니터로 바뀌었는데, 흑백 모니터에 노랑, 빨강, 파란색의 셀룰로이드 테이프를 붙여서 컬러처럼 보이게 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상상하기가 힘든 일이다. 지금은 LED 디스플레이가 차고 넘쳐서, 버스 승강장 간판도 LED 디스플레이로 만드는 세상이니까.


우리 삼 형제도 게임을 좋아하는 것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내가 맏이고, 그 아래로 두 살, 또 그 아래로 세 살 터울이 진다. 남자 삼 형제다). 방과 후에는 오락실에서 보내기가 일쑤였다. 문제는 오락은 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혹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테니스 줄을 기역 자로 꺾어서 오락기의 동전 넣는 구멍에다 놓고 쑤시면, 테니스 줄의 기역 자가 오락기의 카운터 부분을 건드려 크레디트(게임을 할 수 있는 횟수)가 올라간다.


오락실에 사람이 많고 복잡하다 보면 그 틈을 타, 불량스러운 애들이 테니스 줄을 오락기의 돈 넣는 구멍에 몰래 쑤셔 넣고 크레디트를 올려 게임을 했다. 우리 형제는 순진했기에 그런 것을 구경만 했지 테니스 줄을 쓸 엄두를 못 냈었다. 실제로 테니스 줄로 크레디트를 올리다가 주인아저씨에게 걸려서 얻어맞는 것도 몇 번 봤었다.


어느 날 우리 집 가까이에 오락실이 하나 생겼다. 그 오락실은 나이 든 아주머니가 운영하셨는데, 밤 12시 너머까지 했다. 그런데 그 오락실 아주머니는 밤 10시쯤 되면 피곤해서 그런지 잘 졸거나 주무셨다. 집에서 가까웠고, 10시 이후에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우리 형제는 종종 밤늦게 그 오락실을 갔었는데, 어느 날 오락실의 아주머니가 방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그때, 둘째 동생이 "형! 테니스 줄!" 하면서 내게 테니스 줄을 내밀었다. 어디서 났는지 테니스 줄을 구해 왔던 것이다. 오락에 눈이 뒤집혀 생각할 틈도 없이, 아주머니가 주무시는 틈을 타 테니스 줄로 크레디트를 올렸다. 우리 삼 형제는 그날 진짜 신나게 오래도록 오락하였다. 도둑질도 한번 하면 무서운 게 없는 법, 우리 삼 형제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크레디트를 올려 오락하였는데, 그걸 눈치 못 챌 아주머니가 아니었다.

며칠이 지나 또 테니스 줄로 크레디트를 올리던 찰나, 어디서 왔는지 아주머니가 현장을 덮치고, "너네 집이 어디냐?"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다. 겁에 질린 우리는 아주머니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집이 난리가 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부모님이 아주머니에게 사죄하고 아주머니가 돌아가신 후, 우리 삼 형제는 아버지에게 줄초상을 치렀다. 특히 맏이인 나는 동생들을 데리고 나쁜 짓을 했다고 더 심하게 매를 맞았다.


그 후로도 오락을 계속하긴 했지만, 테니스 줄로 크레디트를 올리는 짓은 하지 못했다. 대신 어떻게든 오락하려고 집에서 몰래몰래 10원, 20원 훔쳐다가(주워다가) 오락했었다. 그때 그 갤러그가 왜 그리 재미있었던지.

언제 명절에라도 동생들이 모이면 옛날 기분 내며 컴퓨터로 갤러그나 한판 해야겠다. 테니스 줄은 없지만 말이다.


제글과 관련된 쇼츠 유튜브 채널을 소개합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kQ7_xMsCbqrKwzdwCMectA

이전 09화인도, 바라나시, 화장터에 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