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기

by 박대우

오래전에 옆자리의 직장 동료가 텃밭을 일군다고 자랑했다. 고구마도 심고,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고 해서 일 년 내내 채소를 실컷 먹는다고 했다. 난 시골에서 태어는 났지만, 줄곧 도시에 살아 농사에 농자도 몰랐다. 식탁에 오르는 채소 이름도 모르고, 사실 관심도 없었다.


재작년의 일이다. 어느 날 우리 집사람이 청주시에서 주말농장을 분양한다고 경작해 보자고 했다. 그걸 누가 관리하느냐고 했더니 부부가 둘이 하면, 돈독한 정도 생기고, 몸에 좋은 채소도 먹고, 일단 농약을 안 치니까 가족들 건강에 좋지 않겠냐고 했다. 내가 약간 주저하자 눈꼬리가 약간 올라갔다. 어쩔 수 없는 거였다. 해야 했다.


그래서 한 이랑, 6평을 분양받았다. 집사람은 그 6평에 땅콩, 토마토, 대파, 당근, 파프리카, 감자, 양파, 상추를 심자고 했다. 도대체 몇 가지를 심자는 건지 모르겠다. 파뿌리를 잘라가지고 와서는 이거 심어도 날까? 당근도 가지고 와서는 이거 심어도 날까? 양파까지 들고 와서는 심자고 했다. 신이 나셨다.


이리저리 인터넷을 찾아보고, 3월 말 시에서 주최하는 텃밭 교육에 다녀와서, 상추랑 대파 등 몇 가지를 심었다. 주말,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 나가서 농사일하는데 묘한 일이 벌어졌다. 왠지 주말농장에 나가기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도 모르게 힐링이 되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노모 한 분이 계신다. 올해 82세 되시는데, 주말농장에서 한번 일을 하시더니, 이제 주말농장 일은 어머니와 내일이 되었다. 집사람은? 두 번 정도 오고 이제 안 온다. 뭐, 집안 살림을 해야 하신다나?

작년에는 규모를 조금 늘려 두 이랑, 12평. 올해도 똑같은 평수로 주말농장을 계속한다.


생명이란 정말 오묘한 것이다. 농사라는 것도 사실 별거는 아니다. (우리 같이 달랑 두 이랑. 주말농장 정도를 얘기하는 거니까, 오해는 마시라) 봄에 시장에서 씨를 사서 뿌리거나, 모종을 사서 심으면, 나머지는 자기들이 알아서 큰다. 거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매번 관심을 가져주고 손길을 주는 것에 따라 수확량이 천양지차라는 것은 예외로 하더라도, 본디 풀이었던 이 채소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무럭무럭 자란다. 어떨 땐, 심지 않았는데도 자기들이 와서 자리를 잡고 자란다. 작년엔 깻잎이 여기저기서 막 자라서 가을엔 거의 깻잎 밭이 되었다. 씨가 어디서 날아온 건지, 아니면 누군가 씨를 흘려서 자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강한 생명력으로 자라난다.


가끔 아스팔트를 걷다 보면, 아스팔트 조그마한 틈으로 풀이 자라고 있다. 여기저기 공중에 떠돌다, 그 틈에 안착한 것이리라. 누가 그 이름을 불러주랴? 누가 그 풀에게 가서 사랑한다고 말해주랴? 주말농장의 그 잡초들처럼 누가 관심이나 가져주랴? 그러나 그 풀들은 그 틈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가끔 사람의 발길에 차여도, 자동차 바퀴에 눌려도, 그래도 자라는 것이다. 왜? 그냥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렇게 태어났으니 그렇게 사는 것이다. 그게 진실이다. 정답이다. 뭐 생각할 것도 없다. 그냥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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