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애완견 초롱이, 장가들뻔하다

by 박대우

우리 집에 19살 된 수컷 개, 초롱이가 산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사실 초롱이에게 미안한 것이 한 가지 있다. 아직 초롱이가 총각인 것이다. 한때 우리 초롱이가 총각 딱지를 뗄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 초롱이 나이 한 7살에서 8살쯤 되었을 때였다.

나와 친한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집에서도 개를 키웠었다. 그 집에 한번 가봤었는데 머리가 약간 나쁜 개 같아 보였고, 암놈이었다.

어느 날 그 친구와 술을 먹다가 우연히 개 얘기가 나왔다. 우리 집 개가 수놈이고 아직 장가를 못 갔다고 했더니,

"너는 인간도 아니다. 어떻게 아직 장가도 안 보내주었느냐?"라며 나를 구박하였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 내가 물었다. "내가 결혼시켜 주지. 단 결혼 비용은 오늘 술값하고 현금 2만 원이야!" 친구가 대답하였다.

"그래, 좋다. 우리 초롱이 장가 좀 보내자!" 그날은 내가 술값을 냈다. 결혼 비용 2만 원도 지불하고, 그 주 일요일에 초롱이와 친구네 집 암놈 개를 미팅시켜 주기로 굳게 약속하였다.

집에 들어가서 초롱이에게 얘기해 주었다.

"초롱아. 이제 너도 장가를 가는구나! 그동안 미안했다. 혹시 네 아기가 생기면 꼭 데려다가 같이 길러줄게!"

초롱이는 내 말을 알아들은 듯이 입이 해쭉 벌어지고, 그날따라 발걸음도 경쾌하니 무척이나 촐랑거렸다.

드디어 일요일이 되었다. 나는 왠지 설레는 마음으로 초롱이와 같이 나갈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이 그날이다. 준비하였는가?"

"미안! 좀 어려울 것 같다."

"아니, 왜? 이미 술값도 내고 결혼 비용도 지불했지 않느냐?"

"집사람의 반대가 심하다. 그리고 새끼라도 배면 감당이 안 된다. 대신에 내가 언제 시간 되면 너한테 술 사고, 돈도 돌려줄게!"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 우리 초롱이 책임져라!". 안된다는 친구를 억지로 만나 따지고 떼를 써봤다.

"한 번 더 생각 좀 해주라!"

친구는 "결혼을 전문으로 하는 애완견 센터가 있으니 그리로 가봐라!"라며 결국은 거절하였다. 야속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왠지 그런 애완견 센터에는 초롱이를 데리고 가기 싫었다. 초롱이도 싫어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초롱이는 어느새 19살이 되었다. 늙은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인간 나이로 치면 벌써 100살이 넘었다는 게 중론이다.

어느 날인가부터 초롱이 머리에 혹이 나더니 계속 그 혹이 커지고 있다. 혹이 조그마했을 때 떼어내야 했는데, 조금 늦게 병원에 갔더니 너무 연로하셔서 수술은 불가라고 한다. 대신에 악성 종양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런데 모를 일이다. 우리 초롱이, 저번에 꼬리 주변에 있는 털이 다 빠졌길래, 이제 하늘나라로 가실 때가 되었나 보다 했는데, 어느 순간에 그곳에 다시 털이 나고 윤기까지 돌기 시작했다. 내 생각으로는 머리에 난 혹으로 모든 나쁜 것들이 발산되고 있지 않나 싶다. 다 좋은데, 여기저기 오줌 싸고 똥 싸고 다니니 어떨 땐 정말 미워 죽겠다.

그래도 우리 집사람과 아이들은 늙은 초롱이가 너무 귀엽단다. 내가 가끔 초롱이를 구박하니, 초롱이는 제 기분에 따라 나에게 왔다 같다 하지만, 우리 집사람에게는 마치 집사람의 아바타인 것처럼 졸졸 쫓아다닌다.

"자기는 좋겠어! 아바타를 한 마리 데리고 다니니!"하고 집사람에게 빈정거리기도 했지만 좀 부럽기도 하다. '나한테도 좀 저렇게 따라다니지!'하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초롱이는 지금도 씩씩하게 잘 살고 있다. 19년을 우리와 같이 한 가족 같은 개이다. 아무 데나 똥 싸고 오줌 싸고 다니는 게 좀 밉지만, 아무쪼록 건강하게 더 오래도록 잘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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