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과 심장 스텐트

by 박대우

나는 정말 잘 노는 편이었다. 술도 잘 마시고. 음식도 잘 먹고. 노래도 잘했다. 특히 맥주를 좋아했다. 하이네켄에서 나온 5L짜리 케그 생맥주 마셔본 적이 있는가? 지금은 한 3만 원 중반 하는 것 같던데, 그때는 좀 더 비싸서 한 5만 원 가까이했던 것 같다. 이걸 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한 달간 집에서 맛있는 생맥주를 수시로 마실 수가 있다. 물론 일주일도 안 가지만 말이다. 여기에 통닭, 아니면 피자 등을 곁들이면 천상의 맛이 난다.

난 운동도 열심히 했었다. 조기 축구에 복싱까지도 했었다(샌드백만 치는 다이어트 복싱이긴 했지만). 탁구도 쳤었다. 운동 후, 땀을 흘리고 난 후 먹는 통닭에 생맥주는 너무 멋진 맛이었다.

건강 검진을 하면 당뇨도, 고혈압도, 고지혈증도 없었다. 단지 약간 비만한 것만 빼면 모든 건강 지표가 좋았다. 오죽했으면 건강 검진 후에 의사에게 칭찬도 받았을까? 그래서 나는 내가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기름지게 먹는 것은 운동 열심히 하는 것으로 메꾸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이게 사단이었다.


작년 3월의 일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혼자되신 후, 어머니의 건강도 걱정되어, 좀 비싸고 자세히 검진할 수 있는 건강 검진을 어머니와 함께 받았다. 아버지가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돌아가셔서, 폐가 걱정이 되어 폐 CT를 찍었다. 이때 심장도 어슴푸레 같이 찍혔다. 심장 혈관이 허옇게 찍혔고, 상담 의사는 심장 혈관이 석회화되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일상생활 할 때 숨도 안 차고, 운동할 때도 지장이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생활하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건강에 의심이 있으면 꼭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좋은 습관이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려고, 대학병원 심장내과에 갔다. 심장 혈관이 막혀있는 것이 발견되었고, 심장에 스텐트 시술을 1개 했다. 병원을 두 번 옮겨 다니는 바람에 일주일 동안 3번의 심장 조영술을 받았는데, 아마 이게 안 좋았나 보다. 시술 후 난데없이 심장이 120회 이상 마구 뛰거나. 수시로 쿵쿵 내려앉았다.


시술 후, 두 달쯤 되었을까?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다. 늘 있는 일이었고,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노래방 음악의 쿵쿵거리는 진동에 심장도 덩달아 쿵쿵 내려앉는 것이었다. 아주 쉬운 일이 아니었던가?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떠드는 일.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었다. 웃고 노는 친구들과 쿵쿵 내려앉는 나의 심장.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 살려고 노래방을 나왔다.

노래방 앞 편의점에서 커피도 몸에 해로울까 부담되어, 보리 음료를 마셨다. 심장은 진정되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싸한 소리가 났다.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 쉬웠던 일이 쉽지 않아졌다는 것.


그리고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났다. 폐가 안 좋아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돌아가신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침상에는 메마른 다리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이 가득했었다. 아버지는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무심한 큰아들에게는 얼마나 서운했을까?


편의점 앞으로 젊은이들이 웃으며 지나갔다. 저녁 쌀쌀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바람이 불었다.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