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역에서

by 박대우

옛날 우리 할아버지 직업이 목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난 목공에 관심이 많았다.


은퇴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다가 목공을 배워 보기로 했다. 내가 사는 곳에도 목공을 가르쳐준다는 곳이 많아서 몇 군데 가보았었는데, 대개가 원목 대신 합판을 활용하고, 피스(나사)를 박아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가르치는 곳이었다. 내가 원했던 것은 피스를 쓰지 않고 원목으로 짜맞춤을 하는 것이어서 나와는 맞지 않았다.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의 천안에서 짜맞춤으로 목공을 가르쳐 주는 곳이 있어 배우기로 했다. 평일에는 시간이 도저히 안 되어 토요일을 활용하는데,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에 끝난다. 점심시간 빼면, 꼬박 7시간을 배우니까 무척이나 힘들다. 어떨 때는 왜 내가 내 돈 내고 이 고생을 하나 싶다. 처음에는 내가 사는 곳에서 천안까지 1시간가량 차를 끌고 다니다가, 너무 힘들어 기차를 타고 다닌다.


지금 나는 목공을 끝내고 천안역에 와 있다. 저녁 6시에 끝나면 20분 정도 천안역까지 걸어와서, 7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가야 하니까 약 40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 역 앞에 GS편의점이 있어 커피 한잔 마시고 쉬었다 간다.


KTX가 서지 않는 역이라 그런지 예전 기차역의 향수가 느껴진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도 보이고, 짐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아주머니들도 보인다. 왠지 정겹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엔 '비둘기호'라고 있었다. 지하철처럼 좌석이 양편에 일렬로 배치되어 있고, 승차 제한 인원은 없었다. 모든 역마다 정차했기에 속도도 무척 느렸다. 관광 성수기 때 여행하기 위해 '비둘기호'를 타면, 만원 지하철 탈 때처럼 벌을 받듯이 서서 꼬박 서너 시간씩 가야만 했다.


'비둘기호'에는 시장에 채소 팔러 가는 아줌마, 출퇴근 직장인, 통학생, 술주정하는 아저씨, 기타 치고 노는 대학생들에다 시장에 팔려 가는 닭, 땅꾼의 망태기에 담긴 뱀들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었다. 기차의 출입문이 개방되어 있어 기차 난간을 잡고 달리는 기차 밖 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었는데, 바깥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경치는 일품이었다. 지금의 기차는 시설이 개선되어 이전과 비교할 데 없이 안전하긴 하지만 그런 낭만을 맛보지 못해 아쉽긴 하다.


지금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당장 떠나가 볼까? 부산이나 강릉의 바닷가는 어떨까? 푸른 물결과 나르는 갈매기를 보면 지친 몸과 마음이 많이 달래질 텐데.


바닷가의 아침 내음이 느껴진다. 내 마음이 벌써 바닷가에 가 있는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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