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죽으면 어쩔 건데요?

by 박대우

심장 스텐트 시술을 한 후에 6개월에 한 번은 꼭 서울아산병원에 약을 타러 간다. 서울아산병원은 참 대단하다. 서관, 동관으로 건물이 나뉘는데 심장병, 신장병, 당뇨, 치매, 암 등 무시무시한 모든 병을 다 진료한다.

수서역에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갈 때가 있는데 기사님들의 대부분이 서울아산병원을 좋게 말한다. 환자들도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지방에서도 많이 올라온다. 외국인들도 종종 보인다. 중동에서 왔는지 히잡을 쓴 환자들도 보이고. 백인, 흑인 등 인종별로도 다양하다.


병원에 가면 별의별 환자들이 다 있다. 환자 중에도 일단 눈에 뜨이는 건 중풍 환자다. 당뇨나 신장, 심장병 환자들은 알아보기 어렵지만 중풍 환자는 금방 눈에 뜨인다. 나도 심장병 환자지만 겉으로 보면 내가 스텐트를 삽입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중풍 환자는 티가 나니 금세 알아본다. 그런 사람을 보면 어쩌다 저리 되었나 싶기도 하고 안쓰럽다. 하긴 내가 심장병 환자니 할 말은 없기는 하다. 내가 스텐트 시술을 한 것을 아는 사람들도 나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겠지, 하고 생각하니 좀 기가 차긴 하다.


유전적으로 또 선천적으로 병이 없는 대개의 일반인은 태어나서 학교에 다니다 졸업하고 취직한다. 돈을 벌면서 각종 업무 스트레스, 생활고 등에 시달리다 보면 담배도 피우고 술도 먹고 과식도 한다. 나도 그랬다.

가끔의 과식과 과음은 어쩔 수 없지만 절제는 해야 한다. 내가 병에 걸려 봤기에 걱정돼서 절제의 필요성을 얘기해 주면 "이렇게 살다 죽으면 되지. 인생 뭐 있어? "한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정말 '인생 뭐 있게 된다.'

병에 걸려 환자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기 건강과 대기업 회장직이랑 바꾸자면 누가 바꿀 것인가? 아파봐 보니 알겠다. 아픈 자의 설움을. 자기 몸이 자기 마음대로 안 될 때 오는 자괴감을.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간 GPT 수치가 400 이상 나오는 사람이 있다. 처음에는 조심하다가 지금은 매일 술과 담배를 한다. 당뇨도 있고 고혈압도 있어서 약은 받아오기는 하는데 절반 정도만 먹는단다. 저번엔 자랑하듯, 남의 몸 얘기하듯, "이렇게 살다 죽으면 되지 뭐!" 한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유튜브에서 어떤 의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반쯤 죽으면 어쩔 건데요?" 반쯤 죽는다는 건 뇌졸중, 치매, 심부전, 신부전 등 심각한 질병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연명치료까지 포함해서다.


그 의사는 말한다. "그때 죽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총도 칼도 들 힘도 없는데. 어떻게 죽으시겠어요? 그리고 총이나 칼 같은 걸 누가 주기나 한대요? 자식이나 배우자가 죽게 놔둔대요?"


맞는 말이다. 의술은 비약적으로 발달해, 죽지 않고 몇 년에서 심지어 십수 년까지 연명하게 해 줄 수 있다. 문제는 삶의 질이 아닌가? 정말 무섭고 걱정되는 부분이다. 자기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 정말 반쯤 죽으면 어떻게 할 건데?


몇 살을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일 죽더라도 건강하게 죽는 게 중요한 거다. 자기 몸을 잘 챙길 일이다. 잘 챙기다 병이 생기면 할 수 없는 거다. 그건 조상이 주신 유전적인 문제인 것이고, 정말 하늘의 뜻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할 수 있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우리 모두 다 같이 건강 관리하고 즐겁게 삽시다. 30년 후에 내 '산문집 출판 30주년 기념식'에 초대할 테니, 그때 꼭 참석 바랍니다. 그때 꼭 봅시다.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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