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단순한 DIY가 아니라 짜맞춤으로 배우느라 처음엔 날 갈기, 대패질, 끌질 등을 배웠다. 그 이후에 문짝과 서랍이 달린 수납장을 만들기 시작해서 3개월 만에 완성이 되었다. 참나무(오크)와 월넛으로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가며 겨우겨우 완성하였다. 오일과 바니쉬로 마무리했더니 내가 봐도 대견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것 같다.
그런데 청구된 재료비가 18만 원이나 되었다. 재료비 18만 원에 토요일마다 고생하며 만든 것인데, 선생님 말씀으로는 못 받아도 50만 원은 받아야 한단다. 그런데, 내가 내 작품을 아무리 뜯어보아도 30만 원 이상에 사 갈 사람은 없는 것 같다. 30만 원은 고사하고 재료비인 18만 원에 사 갈 사람이나 있나 싶다.
천안역으로 가는 길에 가구점에 들렸었는데 내가 만든 것과 비슷하면서 좀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구가 35만 원이었다. 베트남에서 수입해 온 가구라고 하는데 자세히 보니 마무리가 정교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가구가 35만 원 하는데 내가 만든 것을 50만 원 받다니 나 스스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내가 만든 가구는 팔 것이 아니라 내가 쓸 것이긴 하지만, 앞으로 계속 목공을 하며 만들어지는 가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싶다. 우리 집에서 계속 쓰는 것도 한계가 있고 동생들이나 지인들한테 선물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데 가성비가 이렇게 안 맞으니 걱정이다.
그래서 작은 소품 위주로 만들어 볼지 생각 중이다. 인터넷 등에는 보석 상자나 미니 화장대를 원목으로 정교하게 만들어 파는 사이트가 좀 있다. 가격도 작은 것 하나가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 한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지 못하고 찾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 그런 것 같다.
이런 작은 소품들을 5년이고 10년 만들다 보면 나름의 전문성도 생기고 퀄리티도 좋아져서 원료값보다 조금 더 받고 남들에게 만들어 줄 수도 있겠다 싶다. 나중에는 작품전이나 전시회 같은 것을 열고 싶기도 하고, 소품 가게나 인터넷에서 판매해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아직 목공 기술도 부족하고 모르는 것도 많으니 계속하다 보면 길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난 취미로 탁구 하는데 시작한 지 4년이 되어 간다. 처음엔 정말 초보였는데, 4년을 치다 보니 탁구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겠다. 무엇에 대해 고수가 되어 간다는 것은 칼을 벼르는 것과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론은 유튜브나 코치의 지도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지만 탁구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칼을 벼르듯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한다. 지치고 힘들더라도 계속 갈다 보면, 그 칼날이 날카로워지고 어느 순간에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검이 되는 것이다. 무딘 칼은 절대로 혼자 날카로워지지 않는다.
온갖 기계와 기술들은 디지털화되었지만, 우리 인간은 아직은 어쩔 수 없이 아날로그적인 존재이기에 지금이나, 백 년 전, 천 년 전이나 어떤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갈고닦는 수밖에는 없다.
목공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지금은 서툴러서 만들어 놔야 티도 안 나는 허접한 작품이지만 의지로 만들다 보면 내 작품도 어디에 내놓기에 부끄럽지만은 않은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