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조그마한 중소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우리 부모님은 일반적인 서민이셨고 나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뮤지컬이나 오페라 같은 것은 접할 기회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가끔 TV에서 보여주는 뮤지컬이나 오페라 같은 것도 좀 보다가 지루해서 채널을 돌리곤 했었다. 그리고 '비싼 돈 주고 뭘 그런 걸 봐?', '그 돈이면 영화를 몇 편 보는 거야?'라고 무시하곤 했었다.
직장에서 우연한 기회가 생겨 직원들이 서울로 뮤지컬을 보러 간다고 했다. 14만 원짜리 VIP석인데, 친목회에서 지원하여 돈을 일부만 조금 내고 간다고 하였고 나에게도 같이 갈 것을 권하였다. 그때 특별히 약속도 없었고 싼값에 볼 수 있었기에 '그럼 한번 보러 가지!'하며 따라나섰다. 뮤지컬 제목은 톨스토이의 소설인 '안나카레니나' 라고 했다.
소형버스 20인승을 대절했는데 서울까지 차도 밀리고 해서 2시간 가까이 소요되었고, 버스의 자리는 비좁고 불편하였다. '내가 이 고생을 하며 거길 왜 가는 거지?' 하면서 후회하였다.
간신히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였는데 1,000석 가까이 되어 보이는 공연장은 의외로 꽉 차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다니!
동료에게 들어보니 금요일 공연 표나 VIP석 표는 벌써 매진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단들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뮤지컬 '안나카레니나'가 시작되었다. 뮤지컬의 줄거리는 '안나카레니나'라는 유부녀가 젊고 잘생긴 젊은 귀족과 사랑에 빠져 버림받은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내용이었다.
처음 20분은' 아! 내가 유부녀 바람피우는 것 보러 여기까지 왔나?' 하며 더욱 후회하였다.
그러나 20분을 넘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점점 뮤지컬에 빠져들었다. 배우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와 가창력, 화려한 무대 장치, 무대 천장에서 내려오는 소프라노의 천상의 목소리, '안나카레니나'의 사랑과 슬픔. 쿵쿵 가슴을 울리는 대사 내용. 비극과 오열. 나도 모르게 순간순간의 깊은 감동에 가슴이 떨려왔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비싼 돈을 들여 뮤지컬을 보는구나! 난 정말 무식하고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뮤지컬이 끝나고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나도 모르게 그들을 따라서 기립박수를 쳤다.
어떤 사람은 같은 뮤지컬을 세 번 이상 본다고 했다. 같은 배역이라도 배우들이 바뀌니, 각각의 배우마다 특성이 달라 뮤지컬의 맛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아이들과 집사람에게도 이런 뮤지컬들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4만 원 하니까 우리 4식구가 보면 '14만 원×4명=56만 원'이다. 물론 거금이긴 하다. 자주 볼 수는 없지만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같이 봐야겠다.
모르면 무식한 것이다. 자기가 겪어 보지 않고 '흥! 그런 뮤지컬은 돈 아깝게 왜 봐?, 영화나 보지!'라고 말해선 안 되는 이유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분야라도 그것들만의 깊이가 있고 수준이 있는 것이다. 모르면 비판하지 말고 배우려고, 최소한 알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 시간이 되면 우리 어머니도 한번 모시고 가야겠다.
하긴 저번에 모시고 가려고 했더니 "나 같은 팔자에 그렇게 비싼 뮤지컬은 무신․․․!" 하면서 가지 않으셨다.
이 글을 읽고 나신 후면 아마도 같이 보러 가실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면 혹시 아나? 매달 뮤지컬 보러 가자고 하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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