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체육대회'와 경품

by 박대우

작년 고등학교 동문 체육대회 때의 일이다. 나는 경품 추첨 같은 것에 당첨되는 일이 거의 없었고, 또 당첨이 돼봐야 화장지 정도였다.

그날 체육대회가 거의 끝날 무렵 운동장에서 경품 추첨이 있었다. 난 고등학교 졸업 동기생 총무를 맡아서 이리저리 바빴다. 마무리를 위해 천막을 정리하느라 경품 추첨에 참여하지 못했다.


정리를 하는 중에 운동장의 마이크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언뜻 나의 졸업 기수와 이름이 호명된 듯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운동장에 있던 동기들이 내가 당첨되었다며 빨리 조회대로 가라고 소리쳤다.

경품 추첨이 거의 끝날 때라 경품이 좀 큰 것이겠거니 하며 단상으로 올라가는데, 당첨된 경품은 삼성전자의 대형 TV라는 것이었다. '아! 내가 이렇게 큰 경품을 받다니!'. 시가로 80만 원 정도 한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부러워했다.


그런데 막상 단상으로 올라갔더니, 나를 추첨한 사람이 "경품을 추첨할 때 운동장에 없었던 사람은 경품 자격을 받을 자격이 없다!"라면서 다시 추첨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당첨되었으니 나를 달라고 얘기했고, 주변 사람들도 당첨자가 이렇게 왔으니 다시 뽑을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그 사람에게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 사람, 무슨 회사 대표라는 선배였는데, 또 한 번 "운동장에 없던 사람은 자격이 없다!"라며 기어이 다시 추첨하였다. 결국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삼성 대형 TV의 주인이 되었다. 그 사람의 지위와 체면이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더 얘기하지 못했고, 나도 주변에 선배들과 후배들이 있어 체면상 더 조를 수가 없었다.

별수 없이 조회대에서 내려와 천막으로 다시 오는데 정말 어이없고, 기분이 나쁘며, 짜증이 났다.


한참을 그러고 앉아 있는데 집행부의 후배들이 오더니 "그분 고집이 원래 세서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대신 '드론'을 드릴 테니 양해해 달라고 하였다.

속으로 '무슨 놈의 '드론'!' 하며 "'너네나 가져가!"라고 호통이 목구멍까지 밀려왔지만, 어찌 그러랴?. 그냥 "그래! 고생했어!" 한마디 해주고 뾰로통해 앉아 있었다. 그 '드론'은 오늘까지 풀어보지 않고 보관 중이다.

그리고 올해, 동문 체육대회가 다시 열렸고, 경품 추첨도 있었다. 올해는 삼성 대형 TV가 두 대나 경품으로 올라왔다. 혹시나 해서 이번에는 운동장에 나가 경품 추첨에 참여했지만, 웬걸! 화장지 하나도 되지 않았다.

동기 하나가 작년 일을 기억해 내고는 "어쩌냐? 작년에 삼성 TV는 어쩌고?"하며 놀렸지만, 난 하릴없이 웃고만 말았다. 아마 내 평생 그런 큰 경품을 탈 기회는 다시 오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놓친 경품, '언젠가 다른 일로 대박이 돼서 돌아오겠지!' 하며 위안 삼아 본다. 하지만, 아깝긴 좀 아깝다. 집에 설치해 놓으면 폼 좀 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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