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기대, 바다를 보고 오다

by 박대우

9월에 승진 인사 발령을 받았다. 조금 여유가 생겨 목요일과 금요일 연가를 낼 수가 있었다. 나의 친구들과 지인들은 모두 평상시처럼 근무하기에 정년퇴직하신 친한 형님에게 부산에 같이 갈 것을 제안했더니 흔쾌히 허락하셨다.


그 형님은 올해 66세로 나와는 띠동갑이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었는데, 승진에는 뜻이 없으셨고 결혼도 하지 않으셨다. 평생을 어디에 매여 살지 않으신 분이다. 우리 또래를 잘 이해해 주셨기에 친하게 자주 어울렸었다. 그 정(情)을 잊지 못해 그 형님을 중심으로 우리 또래 몇 명이 모임을 만들어 두 달에 한 벌꼴로 만난다.

가만히 따져보니 그 형님과 해외여행을 여섯 번이나 같이 갔었다. 나와 그 형님의 친분은 꽤 깊은 것이다.

그분은 술을 좋아하셔서 일주일에 5일은 술을 드신다. 내가 술을 끊기 전에는 같이 술을 마시며 어울렸었는데, 술을 끊은 후에는 그전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수시로 만나 뵈었다.

승진해서 가는 새로운 임지에서 잘 생활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고 답답하여 마음이 뒤숭숭했다. 바닷가에 가서 마음을 풀고 싶었다. 혼자 가기는 정말 외롭고 쓸쓸해서 용기가 나질 않았는데 그 형님이 함께하셔서 참으로 좋았다.


부산 여행의 코스로 '오륙도 스카이 워크'와 '이기대 산책로'를 잡았다. 산책로는 바다를 끼고 있었고, 경치가 장관이었다.

바다. 물결치는 푸른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확 뚫리며 편안해진다. 뭔가 억눌린 것에서 놓여난 것처럼. 바다 위를 무심히 나르는 갈매기는 운치를 더한다.

넘실대는 부산 이기대의 바다를 보면서 이번에는 바다를 마음속에 담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다의 끝 모를 수평선과 넓고 푸른 물결을 내 마음에 담아, 앞으로 생활할 새로운 곳에서 저 수평선과 푸른 물결처럼 모든 걸 포용하고 싶다.

그렇게 넓고 푸르게 생활하다가 마음속의 그 바다가 다 낡아지고 푸르름을 잃고 지쳤을 때면 다시 이곳 바닷가를 찾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햇볕에 반짝이며 넘실대는 바다를 한참 바라보았다.

바닷가에 있던, 깊은 산에 있던, 경치가 아름다운 미지의 어느 곳에 있던, 머릿속에 지옥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지옥이다.

전쟁터에 있던, 오물로 더럽혀진 개천가에 있던, 지치고 목마른 사막 한가운데 있던, 머릿속에 천국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천국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했다.

가진 것, 가져야 할 것들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그 모든 것을 용서하고 포용하라고 바다는 그 푸른 물결로 나에게 말하는 것이다.

이제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저 큰 바다를 마음에 담고자 결심했으니 내 마음이 조금은 넓어졌을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바다를 한번 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졌다.

마음속에 바다라는 큰 휴식처가 있고 언제든 와서 볼 수 있으니 다행이고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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