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진췌사이후이(麴窮盡膵, 死而後已).
제갈량이 두 번째로 위나라 정벌을 떠나며 후주 유선에게 올린 '후출사표'에 나오는 명문장이다. 국궁(麴窮):삼가 공경스럽게 저의 몸을 바쳐, 진췌(盡膵):수고로움을 다할지니, 사이(死而):다만 죽은 후에야, 후이(後已):그칠 따름입니다.
주공인 유비가 사망하고, 그의 아들 유선이 황제가 되자 그를 보필하며 평생의 원(願)이었던 위나라 정벌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후 다시 정벌을 준비하며 올린 표문인데, 내 몸이 다 부서지도록 최선을 다하되 다만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만둘 수 있다는 비장함이 서려 있는 문장이다.
제갈량에 대해선 여러 평가가 있지만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공통된 평가는 주공인 유비와의 의리를 끝까지 버리지 않고 촉나라를 위해 몸을 바쳐 죽었다는 것이다. 촉나라가 제갈량이 죽은 후 30년 가까이 위나라와 오나라의 위협 속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제갈량의 업적 덕분이 아닌가 한다.
제갈량의 훌륭함은 제갈량의 맞수이던 사마의가 조조와 그의 아들 조비가 죽은 후 위나라의 왕위를 어떻게 참탈하였는지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간뇌도지(肝腦塗地)
유비가 조조에게 쫓겨 패주하는 중에 조운이 유비의 갓난 아들인 유선을 구해와 유비에게 바쳤다. 그때 유비는 유선을 땅에 집어 던지며 "아이 하나 때문에 조운 같은 명장을 잃을뻔했다!"라고 탄식했다. 이에 감동한 조운이 "어찌 신(臣)이 간뇌도지(肝腦塗地)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외치며 충성을 맹세하였다.
간뇌((肝腦)): 간과 뇌를, 도지((塗地): 땅에 바른다. 자신의 간과 뇌를 땅에 바르며 주인을 위해 죽겠다는 최고의 충성 서약이다.
유비는 일정한 세력을 이루지 못하고 늘 떠돌아다녔지만 언제나 비중 있고 위협적인 존재였다.
권모술수와 배신이 난무하고 하루아침에 주인을 죽이고 자신이 주인이 되는, 생존만이 최고의 선이었던 비정한 시대에 관우, 장비, 조운, 제갈량 등 고난을 같이하며 그를 떠나지 않은 충신들이 늘 유비와 함께했다. 유비에게 다른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특별한 리더십이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현대는 개인주의의 시대이다. 인권이 존중되고 다양성이 보장된다. 국궁진췌 사이후이(麴窮盡膵, 死而後已)나 간뇌도지(肝腦塗地) 같은 말들은 옛 시대의 고사이기는 하겠지만, 인간사의 도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신의를 저버리지 않고, 자신의 옳은 뜻을 꿋꿋이 펼쳐나가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현대에라도 꼭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덕목임이 틀림없다.
제글과 관련된 쇼츠 유튜브 채널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