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실력뿐, 탁구와 인간사

by 박대우

어느 날 탁구를 하다가 쉬는 틈을 이용해 탁구 친 날을 세어보니 딱 5년째 되었다. 네트로 공을 잘 넘기지도 못했었던 그때부터 레슨을 받으며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되어간다는 의미이다.


5년의 세월은 실력을 많이 늘려 놨다. 그 기간에 특별한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주당 2회 꼬박꼬박 레슨을 받고,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탁구를 쳤으니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겠다.


그런데 그렇게 나름으로 열심히 쳤는데도 난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냥 동네에서 막 탁구를 치는 동기들이나 직장동료들과는 게임 자체가 안되게 실력이 늘긴 했지만, 5부나 4부, 3부 이상의 동호인들과는 아직도 그 실력 차가 많이 난다.

5부위에 4부, 4부위에 3부, 3부위에 2부, 2부위에 1부, 1부위엔 선수 출신들.

까마득한 실력의 피라미드이다.


그래도 처음 시작할 때 나를 슬금슬금 피하던 동호회원들과의 실력 차도 이젠 5년째 되니까 많이 줄긴 줄었다. 11점을 나면 이기는 경기에서, 8점을 핸디로 잡고 쳐도 졌었는데, 이젠 2점에서 4점 정도 핸디를 잡고 치면 승부를 알 수가 없는 정도는 되었으니 말이다.


나보다 고수인 동호회원들도 핸디를 잡으면 내가 빡빡한 상대이니, 최선을 다해 치니까 운동도 되고 재미도 있다.

요즈음 초보들이 탁구하러 오면 좀 미안하지만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피하게 된다. 좀 이기적인 것 같지만, 귀한 시간 쪼개어 나왔는데 생초보랑 똑딱 볼을 치자니 시간도 아깝고 재미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같은 동호회원이니 되도록 쳐주려고 하기는 한다.


어떤 직장을 가졌든 직위가 무엇이든 탁구장에서는 실력이 우선이다. 실력이 높은 고수면 그 고수와 치고 싶어, 하수들이 줄을 선다. 반대로 하수는 고수와 치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한 수 배우기 위해서는 저녁이나 하다못해 음료수라도 가끔 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호기롭게 탁구를 시작하지만 열에 여덟은 그만두고 만다. 초보 때의 서러움을 참지 못하기 때문인 이유가 가장 크다. 특히 나이를 먹어서 처음 배우다 보면 시쳇말로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라며 그만두어 버린다.


인생사 똑같다. 무엇을 배우려면 고통이 필요하다. 고수들은 다 그런 아픔이라면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다. 그저 묵묵히 실력을 기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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