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동행' 체험, 그리고 네비게이터(안내자)

by 박대우

'어둠 속의 동행'이라는 시각 장애인 체험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둠컴컴한 공간에서 '도로 건너기','시각 장애인 전용 컴퓨터로 영화 예매하기', '시각 장애인 전용 영화관에서 영화 보기','촉각 미술관 관람하기','카페에서 차 마시기' 등을 체험하였다.

5명이 한조가 되어 네비게이터(안내자)를 따라 각 프로그램 별로 15분 정도씩 체험하였는데 1시간 20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시각 장애인용 지팡이'를 들고서 완전한 어둠 속에서 도로를 건너고, 카페에서 차를 주문하여 마시고, 음성으로 들려주는 영화를 보았다.

'시각 장애인용 컴퓨터'는 자판을 누르면 음성으로 글자를 안내해 주었다. 음성이 기계음이고 빨라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시각 장애인들은 불편 없이 사용한다고 하였다.

완전한 어둠 속이라 모든 행위들이 답답하고 불편하였다.

두 눈을 가지고 이렇게 자판을 치고 있다는 것, 아무렇지도 않게 영화를 보고 차를 마시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각 장애인들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지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를 안내하던 내비게이터는 젊은 여자였는데 예쁜 목소리로 우리를 친절히 안내하였다. 어둠 속에서도 마치 우리를 보고 있는 듯이 자연스럽게 안내를 하였기에, '자외선 고글'이라도 쓰고 있거나 우리가 모르는 방법으로 우리를 보면서 안내하고 있으리라 당연히 생각하였다.

체험이 끝나고 질문 시간에 어둠 속에서 물어보았다.

"우리를 어떻게 안내하셨나 궁금합니다. 고글이라도 쓰셨나요?"

네비게이터는 차분히 대답하였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고 질문하시긴 하는데, 사실은 전 시각 장애인입니다."

어둠 속이었지만 체험자들 모두 놀란 것 같았다.


네비게이터는 자기가 어떻게 시각장애인이 되었고 어떻게 이 직업을 갖게 되었는지 얘기해 주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은 보이지 않았고, 나머지 한쪽 눈은 초등학교 때까지 0.1 정도의 시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그 후 맹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했다. 졸업 후 여러 가지 직업에 도전하였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수없는 도전 끝에 지금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좋은 안내를 위해 지금도 무척 노력 중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도 꿈이 있고 미래에 대한 도전이 있다며, 이해하고 응원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아주 담담한 말투였다. 어둠 속에서 가슴이 울컥하며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가 주는 진정성의 힘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우리 체험자들은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어둠 속에서 나왔다.

갑자기 주위가 밝아지면 눈에 무리가 가고,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기에 희미한 빛이 있는 곳에서 3분 정도 적응을 하였다. 그 희미한 빛조차도 광명 같았다.

3분 정도 지나고 문이 열렸다. 밝고 아름다운 빛이었다. 이렇게 광명한 세상에서 나는 감사함도 모르고 매일 불만에 쌓여 살아왔던 것이다.

나는, 아니 우리는 대개 위쪽을 쳐다보며 매진한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그래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너무 위만 쳐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남과 비교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초라해지고 왜소해져서, 자괴감이 들고 슬픔에 빠져 좌절할 때도 있다. 이때 균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나, 아니 우리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하며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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