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공포, 공포'
커츠 대령의 역을 맡은 '말론 브란도'의 독백이다.
베트남전이 한참 치열할 때를 배경으로 하는 전쟁영화이며, 3,150만 달러라는 당시로써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여 '코폴라' 감독이 만들었다.
특수부대를 이탈하여 캄보디아 지역에서 자신만의 집단을 이루고 광기에 미쳐서 사는 커츠 대령을 암살하기 위해 미군 지휘부는 윌러드 대위(마틴 쉰 역)를 파견한다. 커츠 대령을 암살하러 가는 윌러드 대위의 일행들이 겪는 여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쟁이란 무엇인가의 근본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반전 영화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묵직하고 암울한 내용이고,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최근의 영화 '조커'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되겠다.
영화 초반부, 모텔 천정의 선풍기가 돌아가며 베트남전의 상징과도 같은 헬리콥터 소리가 겹쳐 흐른다. 윌러드 대위는 그 선풍기를 보며 "난 아직도 사이공에 있다. 사이공에 있으면 집에 가고 싶고, 집에 있으면 정글로 가고 싶다."라며 자신이 겪은 전쟁 장면을 떠올리며 오열한다.
전투 헬리콥터 십여 대가 베트남의 민가를 향해 돌진한다. 공격 직전 십여 대의 헬리콥터 스피커에서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이라는 음악이 웅장하게 울려 나온다.
공격하는 자에게는 심리전이겠지만, 공격받는 자에겐 공포 그 자체 일수 밖엔 없다. 기껏해야 소총으로 무장한 베트콩에게 하늘에서 장송곡 같은 음악과 함께 천지를 울리며 쏟아져 내려오는 십여 대의 헬리콥터들은 지옥의 저승사자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이 작전을 수행하는 지휘관 킬고어 중령(로버트 듀발 역)은 마치 전쟁을 재미로 하는 사람처럼 묘사되고 전쟁의 와중에도 서핑을 즐기려는 광기를 보여준다. 주인공 윌러드 대위는 '이렇게 미친 지휘관들이 즐비한데, 왜 커츠 대령만 죽이려고 하는가?"라고 한탄한다.
윌러드 대위 일행은 커츠 대령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온갖 전쟁의 광기를 겪는다. 미군 위문 공연,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가는 관문인 '두렁 다리'에서의 전투 장면, 오인으로 인한 윌러드 대위 일행의 민간인 살해 장면 등, 영화의 전체 장면에 전쟁의 광기와 잔혹함이 가득 배어 나온다.
천신만고 끝에 커츠 대령이 신처럼 추앙받는 마을에 도착한 윌러드 대위는 커츠 대령의 포로가 되어 그의 사상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온갖 처참한 상황을 겪게 되지만 마침내 커츠 대령을 암살하게 된다.
커츠 대령을 살해하는 장면에 겹쳐 나오는, 소를 칼로 내리쳐 베어버리는 복선과 소가 죽어가는 장면은 이 영화가 전해주고자 하는 고통스러운 전쟁의 이미지를 너무나 묵직하고 강렬하게 전해주고 있다.
커츠 대령을 죽인 윌러드 대위가 커츠 대령이 남긴 '공포, 공포'라는 말을 되뇌면서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반전 영화답게 전쟁의 참혹함과 비정함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광적인 것인지를 잘 그려내고 있다. 어찌 보면 마치 호러물을 보는 것과 같은 찝찝함을 남길 수도 있겠지만, 영화 전반에 걸친 복선과 때로는 풍자에 가까운 장면 묘사는 이 영화를 전쟁 영화의 걸작 반열에 올리기에 충분할 것 같다.
벌써 영화를 본 지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이 영화가 주었던 충격적인 메시지는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