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李斯), 태산불양토양(泰山不讓土壤) 하해불택세류

by 박대우

중국의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갈 무렵 진(秦) 나라의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했다. 이때 늘 진시황과 함께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나라의 승상 이사(李斯)이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의 이사 열전에서 전하는 그의 일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기에는 온갖 영웅호걸들과 이인(異人)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사도 물론 비범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행적은 우리 일반인들이 지향하는 통속적인 삶의 행태에 너무나 가깝다. 평생을 자신의 성공과 영달만을 좇아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출세하고, 그렇게 원하던 진나라 최고의 관직인 승상에 올랐다. 그러나 결국 과한 욕심으로 말미암아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나는 사기의 수많은 인물 중 가장 가슴에 와닿는 안타까운 인물을 꼽으라면 이사를 꼽겠다. 인간사의 서글픔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이사는 본래 초나라 사람이다. 하급 관리였을 때, 뒷간의 쥐는 더러운 것을 먹고 지내며 사람을 두려워하는 데 반해 곳간의 쥐는 잘 먹으면서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사람의 존귀는 이 쥐와 같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며 출세를 위해 순자의 밑에서 공부한 후 진(秦) 나라로 들어갔다.


이사는 천하통일에 대한 방안을 진왕(후의 진시황)에게 이야기했는데, 그 핵심은 적국에 내부 분열을 일으켜 적을 약하게 하자는 방안이었다. 뇌물로 포섭하고, 포섭이 안되면 암살하고, 이간질을 하고. 이러한 정책이 먹혀들어 이사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던 중 진나라 토박이가 아닌 타국의 인재들이 문제를 일으키자, 타국의 인재는 모두 추방해 버리려는 축객령(逐客令)이 내려졌다. 이사도 추방의 대상이 되었다. 이때 이사는 그에 반대하는 명문장인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린다.


간축객서의 내용 중에 유명한 문구가 있다. '태산불양토양(泰山不讓土壤)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 태산은 흙덩이 하나도 마다하지 않고, 큰 바다는 가는 물줄기도 가리지 않는다.’ 타국의 인재들을 받아들여 큰 뜻을 이루라는 내용이다. 이 글을 본 진왕은 마음을 돌려 축객령을 철회하고 이사를 더욱 중용하게 된다.

이사가 순자에게 배울 때 벗이었던 한비라는 뛰어난 사람이 있었다 (한비자를 쓴 사람이다). 이사는 진왕에게 한비를 추천하였는데, 정작 진왕이 한비를 쓰려하자 위기감과 질투를 느낀 이사는 계략으로 한비를 독살해 버리고 자신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였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친구를 죽이는 참으로 비정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점점 강대해진 진나라는 드디어 중국을 통일하였고, 이사는 도량제 통일, 군현제 실시, 문자 통일 등 통일국가의 대업을 굳건히 닦아 나갔다.


진시황 37년, 전국 순행을 하던 진시황이 죽음을 맞이하자, 내시인 조고와 함께 진시황의 유언을 어기고 작은아들 호해를 황제로 즉위시키며, 장자인 부소와 장군 몽염을 죽인다. 이후 황제로 즉위한 호해는 내시 조고의 손아귀에 놀아났다. 이러는 와중에 조고의 간계에 걸려 이사는 허리가 잘리는 형벌인 요참형을 당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이사는 형장으로 끌려가며 아들에게 "너와 함께 다시 한번 누런 개를 끌고 토끼 사냥을 하려 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겠구나!"라고 탄식하며 울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도 이사가 길을 잘못 들지 않았다면 그의 공적은 후대에 귀감이 되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돈벌이와 출세를 위해 매진한다. 세상은 이를 위한 각종 계발서, 지침서, 동영상 등으로 넘쳐난다. 통속적인 인간의 목표를 위해 의리나 정의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고 그런 것을 중요시하지도 않는다. 그런 것을 지키다가는 경쟁에 뒤처져 낙오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번쯤은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자. 우리도 이사와 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마지막 숨이 끊어질 때, 병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까? 이사가 누런 개와 더불어 토끼 사냥을 하지 못함을 한탄했듯, 인생에서 해야 할 것, 해야 했을 것을 하지 못하면서 죽는 자신을 한탄하지는 않을까?

이사가 이천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주는 그 묵직한 교훈을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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