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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라빵 May 02. 2022

공항 지상직 - What's in my bag(1)

항공사 지상직은 가방에 뭘 넣고 다닐까?



공항에서 가끔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항공사 지상직원이 서류가방 같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걸. 어릴 때부터 지상직과 승무원을 동경해왔던 나는, 비행기를 이용하러 공항에 갈 때마다 늘 궁금했다.


"저 가방 속엔 뭐가 있을까?"


그리고 지상직으로 입사하고 나서, 사실 그 가방 속엔 별로 특별할 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별 것 없지만 지상직원을 혹은 승무원을 꿈꾸는 누군가를 위해서 항공사 지상직원의 가방 속 이야기를 해보겠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입사 전 나도 그랬으니까. "공항 카운터에 앉아서 편하게 체크인만 하고 월급 받네."라고.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항공사 지상직으로 입사하면 바로 유니폼 입고 공항으로 출퇴근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곧바로 훈련센터라는 관문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서 약 한 달간 항공업무 기초, 체크인 기초, 공항서비스 기초라는 명칭의 두꺼운 책을 몇 권씩 배부받고, 그 책을 가능한 많이 머릿속에 입력하는 훈련을 한다. (나 같은 경우 한국어도 아닌 일본어로 훈련을 받고 일본어로 그 책들을 외우느라 애를 많이 썼다.) 그리고 그 책들은 사실 사람이 모두 외울 수 있는 양이 아니기 때문에, 훈련센터를 수료하고 공항으로 출근하면 본격적으로 체크인에 들어가기 전에 '족보'를 만든다.


족보를 만드는 이유는 체크인할 때 생각보다 스페셜 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제선의 경우 아기가 눕혀서 갈 수 있는 바구니 서비스가 되는 구간이 있고, 안 되는 구간이 있는데 그 구간도 매번 업데이트가 되기 때문에, 족보에 최신 정보를 적어두고 체크하곤 한다. 휠체어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도착 시 직원의 휠체어 케어 서비스가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으로 나누어지는데, 그 서비스가 가능한 공항 또한 매번 바뀌고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손님에게 정확한 정보를 안내하기 위해 최신 정보를 족보에 적어두는 것이다.


또한 저가항공사의 경우 체크인 시 DCS라는 시스템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 시스템은 옛날 윈도(Windows)가 나오기 전의 도스(DOS)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입력어를 입력하면 시스템이 처리되는 방식인데, 매일 사용하는 입력어는 외우기가 가능하지만, 가끔 스페셜한 상황에서만 쓰는 입력어까지 모두 다 외울 수는 없기 때문에 족보에 그런 상황에 대비해 필요한 입력어를 적어두기도 한다.


그리고 손님의 수하물에 달아 드리는 태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스테이터스가 높으신 승객분께 달아 드리는 태그, FRAGILE태그, 유모차에 다는 태그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곳에 가끔 글씨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각 지점마다 쓰는 항목과 쓰는 법이 달라서 태그 쓰는 법을 족보에 적어두기도 했다.


만일, 공항에서 체크인을 할 때 직원이 갑자기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한 후 무언가를 열심히 펼쳐 꺼내보고 있다면 '아-족보를 보구 있구나'하고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자. 다 실수 없는 스무스한 체크인을 위해서니까.


그리고 공항에 있는 직원들이 무전기로 업무를 하고 있는 경우는 많이 보았을 것이다. 공항 업무는 기본적으로 팀워크로 이루어진다. 항공기 하나를 출도착 시키기 위해서 국제선의 경우 한 편당 체크인, 도착 업무, 게이트 업무를 합쳐 총 8명에서 많게는 10명의 지상직이 투입된다. 각자 투입된 업무와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무전기 없이는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다. "전화로 대체하면 되지 않나?"싶을 거지만 전화는 상대방이 받을 때까지 신호가 가는 시간도 있는 반면, 무전기는 멀리 떨어진 직원과도 즉각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시간이 가장 중요한 공항 업무에서 빠르게 직원끼리 소통하여 즉각 업무를 처리하게 해주는 필수템이자 효자 아이템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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