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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피 Jan 30. 2024

너만 볼 수 있어

<여유로운 오후, 성수동 카페에서>라는  플레이리스트를 듣고있어. 

나도 모르게 꿈꾸는 낭만을 글로 적고 있어.


 무더운 여름밤, 해가 지고 있어. 빨갛게 익은 우리의 얼굴은 아름다워. 너의 턱 선은 어쩜 이리도 가늘어.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아. 잠시만 아무 말 하지 말고 지긋이 바라보자. 먼저 웃는 사람이 지는 거야. 먼저 웃는 사람이 밤에 칵테일 한 잔 사는 거야.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네 셔츠 소매가 펄럭여. 뜨거운 태양빛에 우리 손가락은 동시에 반짝여. 오후 일몰을 보니 내 마음의 감정도 타올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늘은 집에 보내고 싶지 않아. 천천히 함께 밥을 먹고 너와 칵테일 한 잔에 취중진담을 하고픈 밤. 차는 집에 두고 집 근처에 있는 '바'에 가자. 그냥 너무 꾸미지 않아도 돼. 후줄근한 후드집업에 모자만 쓰고 나가자. 애틋하게 손을 잡고 밤 산책을 하며 바에 가자. 


 나는 오늘 좀 세게 나가고 싶으니 '갓 파더'를 마실래. 평소에 낯부끄러워 하지 못한 말을 하기 위해 취기를 빌릴래.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요즘 너에게 설렘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자그마한 애교로 받아줘. 부끄러워하면 더 하고 말 거야. 나 좋자고 하는 거라고? 아니야. 분명 너도 좋아할걸.

 적당히 취하고 몽롱한 이 밤을 온전히 둘이 즐기는 거야. 미리 뿌려둔 오드 퍼퓸은 이미 잔 향만 남아서 내 살 냄새로 인식될 거야. 지금 너는 취해있거든.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손을 잡고 나란히 걸었어. 다리가 아프니 잠시 벤치에 앉는 우리. 두 다리를 배배 꼬아. 각자의 다리를 하나씩 내어주는 거야. 손바닥에 하트를 그리며 간지럼을 태우는 나. 바보같이 못 알아듣는 너.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손바닥 하트에 색까지 칠하는 나. 그제야 내 맘을 알아주는 너. 오늘 밤은 간지러운 밤이야. 너무 여유롭고 단둘이 보내서 행복한 날이야. 좋은 사람과 함께여서 좋은 날이야. 


 네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 좋아. 너를 만나고 있는 내 모습이 좋은 순간이야. 나도 모르게 자존감을 채워주는 너라서 고마워. 나도 너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동시에, 당신은 나에게 꼭 필요한 존재란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다고 알려준 너에게 말이야. 서로만 바라보다 서로만 배려하고 그렇게 서로의 바보가 되어가. 너에게 밀려 자연스레 내 일이 뒷전이 될 날이 올까. 얼마나 아릴까. 또 얼마나 애틋할까. 


 피곤할 테니 오늘은 이만 집에 들어가자. 한동안 일하느라 힘들었으니 금방 단잠에 빠져버리고 말 거야. 서로의 포옹으로 오늘 이 하루를 마무리하자. 일어나면 잘 잤는지 먼저 안부 인사할게. 그렇게 너와 한 층 더 가까워지게 되었어. 얼른 신뢰를 구축하고 고운 정 미운 정까지 함께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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