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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피 Nov 23. 2023

The shape of a heart

  

  나의 전화기 수화 너머 안부 인사는 항상 “별일 없지?”이다. 별일이 없다는 것. 인생에 큰 사건 사고 없이 무탈하게 흘러간다는 것. 참으로 행복한 건데 많은 이들은 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 그저 안부 인사 정도로만 끝내는 게 아닌 나에겐 커다란 안심을 주는 그런 중요한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꼭 기쁜 일이 생기거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와야 행복이라 여긴다. 아무 일 없이, 별 탈 없이 한가롭게 지나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았으면 한다. 사람이 한 번 크게 아프고 나면 평소 건강했던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아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하루하루의 행복을 너무 커다란 이벤트에 기대하며 살기에는 행복 모멘트를 놓치기 십상인 노릇이다. 정말 오랫동안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이 또한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개인적으로 행복은 크기보단 빈도라 생각하는 1인이다.) 

 

  살면서 작은 것들에 관심을 주기란 쉽지 않다. 지나가는 개미들을 일일이 세며 피해가진 않으니깐. 그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만 있다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낭만이란 것 찾으려면 어디에서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이야기는 적어내라면 계속해서 적어낼 수 있다. 

 

  선을 긋는다. 둥근 곡선을 그려내는 일로 시작해 꼭짓점에 맞닿아 빈틈을 채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하트를 그려냈다. 그렇게 돌아보면 행복의 형태를 알게 된다. 다 그려보고 나서야 언제 행복했는지 알게 된다. 하지만 아직 선 안을 채워 넣기 전까진 완전히는 알 수 없다. 그때 그 순간 내가 좋아했던 색감과 질감으로 하트를 칠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알록달록한 heart를 탄생시켰다. 온전한 나의 것이다. 내 인생이자 나의 일부인 것이다. 날 만들어낸 이 사람은 부단한 노력을 한 것이다. 남들이 관심을 주진 않아도 나 자신만큼은 알고 있으니깐. 행복한 순간은 그렇게 찾아온다. 그러니 너무 막 애쓰면서 피곤해하면서까지 행복을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 나도 모르게 찾아온다. 그렇게 나조차 모르게 찾아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기에 귀한 것. 값을 매길 수가 없는 것. 삶의 이유인 것. 한 번 맛을 보고서야 계속해나가 추구하는 것. 정말이지 별일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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