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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화유산답사기
태풍이 지나가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 공감
by
다윈이야기
Aug 8. 2020
2018.03.24
춘
천(春川)은 문자 그대로 '봄
의 시냇가'
를
의미하지만
나는 춘천의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지난밤 한차례 묵은 비 덕분인지 말갛게 씻긴 하늘에 눈이 시리고, 어느덧 시원한 가을바람은 콧등을 간지럽힌다.
얼마 전 보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가 문득 떠올랐다.
아주 훌륭한 감독의 보통 훌륭한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감독의 개인사가 가장 많이 담겨있고
가장 촌스럽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아주 뻔뻔스럽게 그런 교훈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는 이번 작품을 보면서
거부감보다는 조심스러운 따듯함을 느꼈다.
어떤 충고들은 깨달음
과 변화라는 목적을 넘어 발화 자체로 사람을 감싸 안는다. 훈계하듯 엄한 인생의 교훈을 만날 때,
나는 자주 경계심이 들곤 하는데 이는 어쩔 수 없는 기질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가 부담스럽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나 속 보이는
응원들이 어머니의 그것을 닮아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감독은 자신의 부모님(어머니)이 무엇을 하며 살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
그에 대한 대답으로 이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태풍이 지나가고>에는 감싸고 어루만지며 그저 흘러가버리는
어머니의 애정 어린 인사들이 두드러진다.
가슴에 와서 꽂히는 위선적인 교훈들에 지쳐버릴 때
"밥은 먹었니?"
라는 작은 인사는
그래서 어떤 위로보다도 크다.
태풍
은 지나갔지만 료타 가족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던 것처럼
,
회사라는 문 밖에 선 나도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토록 맑은 가을 하늘 아래라면
뭔가 새로움 즐거움이 생길 거라는 기대에 들뜬다.
발바닥이 움찔움찔한다, 밥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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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영화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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