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윈이야기 Aug 10. 2020

산책 안 갈래?

비가 오면 반려견과 집에서 놉니다.

잭 러셀 테리어는 절대 사고뭉치가 아니다.

적어도 두 시간쯤 산책을 하고 온 뒤라면 그렇다.


요 에너지 넘치는 견종들이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사고의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다.


1. 산책(운동) 부족으로 인한 불리불안 강화 → 2. 이상행동 → 3. 배변 실수 → 4. 지옥


일단 1. 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잭 러셀 테리어의 문제 행동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잭 러셀에게는 보통 죄가 없다. 녀석들은 그냥 그렇게 태어났다. 일하지 않으면, 격하게 놀지 않으면 돌아버린다.


하지만 공동주택에서 잭 러셀을 키우는 많은 견주들은 1. 을 효과적으로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아파트에는 넓은 마당은커녕 좁은 뒤뜰도 없다. 설사 있다 해도 요즘같이 긴 장마가 찾아올 때면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잭 러셀의 견주들은 실내에서 필사적으로 놀아주는 법을 익혀야 한다.

필. 사. 적. 으.로


지난 수개월간 다윈이와 놀면서 체득한 몇 가지 팁을 여기에 남긴다.

Special Thanks to DAWIN


일단 가벼운 운동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서서히 텐션을 올린다. 함께 네발로 기어 다니거나 입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좋다. 소리 내기가 어렵다면 한쪽 손에 삑삑이 인형을 들고 종종 눌러주자. 효율적인 놀이는 위해 집중력이 분산되지 않게 하는 것이 실내 놀이의 핵심이다.


특히 단순한 놀이는 금방 질리는 잭 러셀이기에 터그 놀이, 공 던지기, 원반 던지기, 간식 노즈 워크, 복종훈련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 보호자의 팔다리가 바쁠수록 반려견의 행복이 높아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좁은 실내공간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 주짓수나 요가를 배워둔다면 더할 나위 없다.


던져준 공을 더 이상 가져오지 않으려 하거나, 스스로 놀이를 멈추고 물을 마시러 간다면 성공이다. 거기까지 15분이 걸릴 수도 있고 30분 혹은 1시간이 될 수 도 있다. 제대로만 수행한다면 실내 놀이만으로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혀를 옆으로 뺀 체 헉헉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야외 산책과 달리 발을 닦일 필요도 없으니 가끔은 비가 고마울 때도 있다.


이 모든 놀이의 과정에서 보호자의 재미는 고려하지 않는다. 보상은 반려견의 활짝 웃는 미소 한방이다. 동기부여를 위해서 홈트레이닝 혹은 다이어트라고 생각하면 한결 수월하다.


위의 과정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 세 번 반복하자. 천사 같은 잭 러셀 테리어도 꿈은 아니다.


쓰고 보니 저도 안될 것 같아서 오늘 비옷을 샀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