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종류에도 인연이 있다면
Why Jack Russel Terrier
잭 러셀 테리어를 처음 만난 건 영화 <비기너스>였다.
'아서'란 이름으로 제법 철학자스러운 대사를(자막을) 던지는 지저분하고 덥수룩한 개가 우리는 좋았다. <마스크>의 마일로가 잭 러셀이라는 사실도, 종종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찰스 왕세자가 잭 러셀 빠돌이라는 것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사랑해 마지않는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과 묘하게 이름이 비슷한 점이 좋았다.
인간에게는 따듯하지만
개들에게는 차갑다는 설명도
어딘가 모르게 매력적으로 들렸다.
호주의 그 넓고 푸른 공원을 나는 듯이 걷고 있는 잭 러셀을 만날 때면 우리는 이유 없이 좋았다. 언젠가 개라는 생명을 하나 책임지게 된다면 꼭 잭 러셀 테리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는 한 마리의 잭 러셀을 입양해 '다윈'이라 부르기로 했다. 특징적인 황갈색 얼룩이 눈두덩을 살짝 빗겨나간, 오묘한 매력의 견생이다.
다윈(Dawin)은 우리의 일상을 진화시키리란
믿음을 담은 이름이다.
데리다와 들뢰즈를 거쳐 유력한 경쟁자였던 데카르트를 물리치고 선택된 이름이다.
왜 강아지 이름 후보가 저따위냐 묻는다면,
나름의 혈통을 가진 강아지들은 출생 순서로 돌림자를 갖게 되는데, 이번 형제들은 알파벳 D로 시작하는 이름을 부여받을 차례였다는 첨언이 필요하다.
철학자 이름으로 짓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흔들림 없는 의지였다. 다윈은 철학자가 아니라는 논쟁은 잠시 접어두자. 영어 철자도 다르고 정확한 발음이 '다윈'이 아니라는 사실도 모른 척 하자.
그가 평생 개를 기른 애견인이었다는 사실을 위안 삼을 뿐이다.
우리 건강하자 다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