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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지옥을 탈출하라

영화 <더 서클(The Circle, 2017)>

by 다윈이야기

누적 관람객 71,362명 안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아직도 후기가 많지 않을 걸 보니 넷플릭스에서도 별로 인기가 없나 보다. 사실 그렇게 외면받을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영화의 주제는 SNS 중독인 현대인들(aka.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다. 없지는 않은데...


결과적으로 정돈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다 보니 영화 자체가 SNS 피드나 타임라인처럼 뒤죽박죽이 되었다. 코스 요리를 시켰는데 덜 익은 스테이크가 애피타이저라고 나온 꼴이랄까. 물론 '엠마 왓슨'과 '카렌 길런' 조합의 그림이 나쁘지 않으니 두 배우의 팬이라면 가볍게 즐기기에는 좋다. 지켜주지 못한 '톰 행크스'형님께는 씁쓸한 위로를 전하는 것이 좋겠다.


스마트폰과 SNS. 나보다 똑똑한 작은 기계와 마약처럼 중독성 강한 소셜미디어의 만남. 이것들이 나의 일상을 파괴적으로 변화시킬 때면 종종 섬찟한 기분이 든다. 동시에 이것들로 인해 나의 삶이 어디까지 달라질지 궁금한 마음도 든다.


KNOWING IS GOOD. KNOWING EVERYTHING IS BETTER.

라는 선언과 함께 영화는 그 극단을 상상하고 그려낸다. 하지만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조작 유튜버들의 등장과 넘쳐나는 SNS 사고들을 보면 영화 속 일들은 이미 우리 앞의 현실이다. 영화는 그 작은 균열들이 터져 나오는 미래를 살짝 앞서 비췄을 뿐이다.




사생활에 대한 감수성은 특히 세대와 환경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한다.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정확하게 따져보면 결코 '디지털 네이티브'는 아니다. 얼리어답터 성향이 있다고 다독여봐도 디지털 세계에서는 이미 젊꼰에 속하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어린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나와는 공/사의 경계가 다르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결코 그 다름이 나쁨인 것은 아니다. 결국 그 감수성의 차이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교감하는 방식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내고, 미래에는 지금의 내가 상상하기도 힘든 서비스들을 또 만들어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 나의 할머니가 절대로 카톡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접근하지 못하는 세계가 새로운 세상의 주류가 되어있을 것이다.


허나... 그래도 관계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께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면 친구와 파도를 타거나 운동을 하고
해변에 누워 맥주를 마시다가 고기를 구워 먹고
집에 들어와 좋은 영화를 보면서
또 비슷한 내일을 기약하는 행복


잠시나마 내가 호주에서 누렸던 그런 행복.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그런 행복이 사람 사이의 본질로 남았으면 좋겠다.


언택트도 온택트도 모두 좋지만... 이 빌어먹을 코로나야 이건 아니잖아! 죄송합니다. 기다리던 모임들이 취소돼서 화가 났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건강하세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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